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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지식 없는데"…전원주택 건축, 믿고 맡겼다 '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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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지식 없는데"…전원주택 건축, 믿고 맡겼다 '봉변'

    [주택 건축의 함정②] 눈뜨고 코베이는 건축주
    개인 건축주 외 중소기업도 피해…계약금만 뜯겨

    ※ 자연을 벗 삼아 전망 좋은 집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전원생활.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은 누구나에게 가장 큰 꿈이자 로망이다. 설계부터 인테리어까지 전문가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막상 주택을 짓게 되면 소비자는 '갑'이 아닌 '을'이 된다. 불공정계약, 공사 중단, 건축 하자 등 물적·심적 고통을 겪는다. CBS노컷뉴스는 '주택 건축의 함정'을 통해 일부 건축회사가 소비자를 어떻게 기망하는지, 또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로망의 기쁨 보다 좌절만…전원주택 건축 주의보
    ②눈뜨고 코베이는 건축주…중소기업도 먹잇감 전락
    <계속>



    전원주택을 짓다 피해를 입은 건축주들이 업체 사무실 앞에 설치한 현수막. (사진=피해 건축주 제공)

     

    관련 피해는 개인 건축주에 국한되지 않았다. 중소기업 역시 건축회사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경기도 파주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A사는 문산읍에 본사 매장과 직원 휴식 공간으로 사용할 건물을 짓기 위해 지난 5월 킨텍스에서 열린 건축박람회를 찾았다.

    A사 관계자가 전시장에 들어서자 한 업체의 대형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전원주택 시공 1위'라는 홍보와 함께 모델하우스까지 설치돼 있었다.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도 친절했다.

    A사는 해당 업체를 좀 더 알아봤다. 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도 들어가 보고, 설립자가 출간한 다수의 도서, 언론 보도 내용 등 믿음을 갖기 충분했다.

    A사는 내부 검토를 거쳐 같은달 30일 해당 업체와 건축면적 462㎡, 3층 규모의 단독주택을 짓기로 하고 6억1000만원에 계약을 체결, 다음날 계약금으로 6100만원을 송금했다.

    업체는 2주 안에 설계를 제시하기로 하고 건축주와 업체 실무진으로 구성된 단체 카톡방도 만들었다. 약속된 날짜가 됐지만 연락은 없었다.

    A사는 단체 카톡방을 통해 먼저 연락을 취했다. 업체는 1주일 뒤로 미팅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고, A사는 이를 받아 들였다.

    이후 수차례 미팅을 가졌지만 업체가 제대로 된 설계안을 가져오지 못하면서 4개월이 흘렀다. 8월에 착공하겠다는 업체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결국 A사는 계약 해지를 업체에 통보하고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업체는 A사의 귀책사유를 들어 계약금 50%에서 설계비를 제외한 1675만원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A사 관계자는 "계약 직후부터 업체는 공사를 추진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도 보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정만 연기했다"며 "이는 계약금만 편취하려는 명백한 기망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사수주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부실기업이 5개월 가까이 건축주를 유린한 것은 불순한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프로젝트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관계자 모두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건축업체 관계자는 "이문제와 관련해 최근 A사 관계자와 만나 합의를 보았고, 지급받은 계약금은 2번에 나눠 보내주기로 했다"며 "A사 문제는 해결됐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A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업체는 전체 계약금 6100만원 중 인건비 등을 제외한 4500만원만 지급하겠다고 했고, 우선 2000만원을 돌려받았다"며 "추후 나머지 금액을 받는다고 해도 시간적, 경제적 피해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박람회 찾아 계약했는데…전시회 주관사는 '나 몰라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사람들은 인터넷이나 건축박람회 등을 통해 업체를 찾는 것이 대부분이다. 주변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을 수도 있지만 나만의 개성 있는 집을 원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인테리어, 자재, 소품 등 건축 전반에 대한 관심도 높아 여러 건축박람회를 찾아 정보를 수집하는 등 발품 파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건축 지식을 쌓는다고 하지만 막상 주택을 짓게 되면 건축업체에 모든 일을 믿고 맡기며 집이 완공되기만 기다린다.

    내 집이 잘 지어지고 있는지 현장을 찾아 둘러보기도 하지만 바쁜 일상에 매일 현장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경을 쓰는 것도 귀찮아하는 건축주도 많다.

    때문에 일부 건축회사는 이런 점을 악용해 설계와 다른 자재를 쓰거나 공정을 축소하는 등 소비자를 기망한다. 하청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공사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건축주 대부분이 건축박람회에 참가한 업체와 계약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인은 공신력을 가진 박람회에 부실업체가 참여할 것이란 생각은 꿈에도 못한다. 저마다 '업계 1위', '최다 시공', '친환경 건축' 등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홍보가 넘쳐난다.

    그러나 막상 박람회에 참여한 업체와 계약, 공사를 진행해 피해를 입게 되면 박람회를 주최한 주관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유명 건축박람회에 참여했던 한 건축회사의 경우 계약서에 따라 계약금으로 10%, 착공미팅시 40%, 골조완료시 40%, 완공시 10% 순으로 대금을 지급 받았다.

    공사를 착공하기도 전에 전체 건축비의 50%를 지급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3억원에 주택을 짓는다고 가정하면 업체는 삽도 뜨기 전에 1억5천만원을 받아간다.

    또 골조가 완성되면 건축주는 계약에 따라 40%를 추가로 지급한다. 보통 골조가 완성되면 전체 공정률의 약 50%가 진행된 것으로 보는데 돈은 90%가 넘어간 것이다. 눈 뜨고 코를 베인 셈이다.

    10여명의 건축주가 피해를 입었고, 피해금액도 20억원이 넘는다. 아직 파악되지 않은 건축주와 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건축주 조모씨는 "건축 피해를 입고 박람회 영업부장과 통화를 하니 '도의적으로 죄송하다'는 말만했다"며 "공신력을 가진 박람회가 부실업체를 끌어들여 소비자 피해만 키우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해 박람회 주관사 측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해당 업체를 담당하는 직원이 퇴사해 내용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박람회 총괄 담당자를 연결해 달라는 요청에는 "지금 자리에 안계시다.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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