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파 라디오 수신기 (사진=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40년 전 대한민국에는 자정이 되면 통행금지를 공지하는 사이렌이 울렸다. 시민들은 오후 11시 무렵이면 귀가를 서둘렀다. 또 오후 6시에는 국기 하강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려 모두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사이렌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빠뜨려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자료다. 비단 사이렌뿐만 아니다. 이산가족이 만나 흐느끼며 낸 탄성, 반공 웅변, 정치인들의 연설 등 귀로 들으면 의미와 감정이 배가되는 소리가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근현대사 속 중요한 소리를 뽑아 소개하는 특별전 '소리, 역사를 담다'를 3층 기획전시실에서 21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연다.
박물관 관계자는 20일 "이번 전시에서 핵심은 어디까지나 소리이며, 시각 자료와 영상은 소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전시에 나온 음원은 모두 90여건. 1930년대 '조선어독본'을 낭독한 소리,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이 남긴 소감, 김구·조소앙·서재필이 광복 이후 말한 육성, 4·19혁명 보도, 1969년 클리프 리처드 내한공연 실황, TBC 아나운서 황인용이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잃은 그대에게' 마지막 방송에서 울먹이며 한 이야기 등이 전시장을 채운다.
시각 자료로는 1940년대 RCA 단파 라디오 수신기, 1959년 생산된 국산 1호 라디오, 1960년대 흑백텔레비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접수 문서 등 160여점을 공개한다.
전시는 3부로 나뉜다. 1부 '소리길'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역사적 순간의 소리를 접하도록 했고, 2부 '소리극장'에서는 소리극 '그날의 우리'를 선보인다. 마지막 3부 '소리창고'는 소리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데 도움을 준 여러 장치로 꾸민다.
박물관 관계자는 "사회 변화로부터 파생된 소리, 시대를 반영하는 대중매체 소리 등을 통해 소리가 지닌 역사기록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했다"며 "시각 매체가 전하는 역사와는 다른 역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