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렙 그린. (사진=KBL 제공)
개막 후 첫 13경기. DB 칼렙 그린은 평균 11.9점에 그쳤다. 13경기를 뛰면서 단 한 차례도 20점을 넘긴 경기도 없었다.
기량의 문제는 아니었다.
DB 이상범 감독은 "그린은 다같이 하는 농구를 좋아한다. 어시스트에 희열을 느끼는 선수"라면서 "치고 들어가서 밖으로 빼주면 국내 선수들이 3점을 넣는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데려왔다. 공격 능력은 있지만, 득점보다 패스를 좋아한다. 유럽에서도 득점 랭킹 5위 안에 늘 들었던 선수"라고 설명했다.
설명 그대로다. 그린의 득점이 적었음에도 DB는 쭉 상위권을 질주했고, 선두 다툼도 펼치고 있다. 다만 상황이 달라졌다. 윤호영을 비롯해 허웅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린이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그린도 바뀌어야했다.
이상범 감독은 "그린을 뽑은 것도 정상적인 멤버라면 어시스트 능력이 있어서 잘 빼주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은 선수들이 다 다쳤다. 그런데 똑같이 할 수는 없다. 공격을 하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린도 자신의 임무 변화를 바로 알아챘다. 15일 KGC전에서 29점을 터뜨리더니 17일 SK전에서는 무려 40점을 퍼부었다. 21일 KT전에서도 14분17초만 뛰고도 19점을 기록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쏙쏙 들어갔던 3점슛을 하나도 쏘지 않았다. 김종규의 존재 덕분에 국내 선수가 마크맨으로 붙는 만큼 적극적으로 골밑으로 향했다.
이상범 감독도 경기 후 "따로 주문은 안 했다. 자신을 맡는 선수가 작은 선수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알아서 한다. 특별히 말은 안 한다"면서 "공격적인 부분은 국내 선수가 막으니까 알아서 움직여준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리를 봐달라고 한다. 그렇게 농구를 하는 선수"라고 신뢰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