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여러 사업가들로부터 3억원대 뇌물과 성접대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013년 3월 이른바 '별장 동영상' 파문이 인 후 6년 8개월 만에 처음 나온 사법부의 결론이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김 전 차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차관은 크게 8가지 뇌물수수 또는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를 받았는데 이중 '별장 성접대' 혐의를 포함해 3가지가 공소시효 도과로 인한 면소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나머지 5가지 혐의들도 최소 10년에서 19년 전 일이어서 뇌물죄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우선 김 전 차관의 구속여부를 가른 핵심 혐의였던 1억원 대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건설업자 윤중천이 실제로 A씨에 대해 채무를 면제해줬고 이를 빌미로 피고인(김학의)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와 관련해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하기 위해 동원한 여성이다. 윤씨가 금전 문제로 A씨를 횡령죄로 고소하자, 그 수사 과정에서 자신과의 관계가 드러날까 우려한 김 전 차관이 윤씨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했다는 것이 검찰의 의심이었다.
윤씨는 고소 취하 직후 김 전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형 그 사건 고소 취소했어요. 잘 마무리 했으니 나 어려운 일 생기면 형도 도와줘요"라고 말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번복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진술만으로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고소가 취하되긴 했지만 A씨가 완전히 채무를 면제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하기 어려워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 1억원 대 뇌물혐의가 무죄로 결론나면서 2006년에서 2008년 사이 '별장 성접대'를 포함한 윤씨로부터의 3100만원 상당 뇌물수수 혐의가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판단을 받게 됐다. 현행법상 뇌물 액수가 1억원 미만이면 공소시효는 10년에 그치기 때문이다.
윤씨와 김 전 차관의 연결고리로 의심받았던 검찰 출신 박모 변호사가 개입된 수뢰후 부정처사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부정한 행위와 대가관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박 변호사가 윤씨의 부탁을 받고 알아봐준 형사사건 관련 정보가 "검찰에서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업가 최모씨가 김 전 차관에게 제공한 뇌물들도 모두 무죄 또는 공소시효 도과로 인한 면소로 종결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 후 검찰이 추가기소한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의 금원수수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무죄·면소 판단을 내렸다.
금원을 받은 사실이 객관적 증거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왜 돈이 오갔는지"에 대해 당시 상황을 밝힐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이 끝난 후 김 전 차관은 변호인들에게 "수고하셨다. 감사하다"며 악수를 건넸다. 선고공판에 참석한 김 전 차관의 가족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가장 논란이 됐던 성접대 문제는 공소시효 문제가 컸고 다른 혐의들도 무죄를 예상했다"며 "검찰 항소에 따라 다음 재판을 조용히 준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김 전 차관은 이날 석방 절차를 밟은 뒤 곧바로 풀려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