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서 고공 농성중인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캡처=유튜브 한인협)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생존자들이 국회 앞 고공농성을 마치고 올해는 집으로 돌아갈수 있을까.
이주 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피해생존자들은 과거 권위주의 군사정부로부터 입은 피해를 규명하기 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법(과거사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 날로 746일째 국회 앞 농성을 벌여오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10년 과거사진상조사위의 활동시한이 끝났지만, 시간이 부족해 형제복지원 사건 등 인권유린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과거사위법 내용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이견 차이를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대 국회 내내 좀 처럼 합의를 하지 못하던 여야가 구체적인 법안 내용까지 의견 접근을 본 것이다.
과거사위법은 지난 2010년 미완으로 활동을 종료한 과거사진상규명조사위원회 활동시한을 4년 더 연장하고, 피해신고 기간을 2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과거사조사위원회는 법에 따라 '부산 형제복지원'이나 '장준하 의문사' 등 권위주의 정부 시절 대표적 인권유린 사건 등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는 향후 피해자들의 보상에 대한 근거로도 쓰일 수 있게 된다.
법안은 한국당의 퇴장 속에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합의로 지난달 22일 행안위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다음 절차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국당 반대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막판 줄다리기 끝에 이견을 보이던 위원회 구성에 대한 합의를 이루면서 물꼬가 트였다.
원안은 여야가 각자 4명씩 8명, 대통령이 4명, 대법원장이 3명을 추천해 15명으로 구성하도록 했지만, 한국당의 요구대로 총 9명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9명은 여야 각각 4명씩 8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는 방식이다. 조사위원 구성이 최소 10명 이상은 돼야한다는 과거사진상규명 단체와 대통령의 지명 몫을 보장해야한다는 청와대에 대한 설득과 양보 끝에 이뤄진 합의다.
해당 내용을 담은 최종 합의안은 이후 다음주 내 열기로 한 본회의에 바로 상정, 여야 합의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다시 해를 넘길 지도 몰랐던 과거사위법이 20대 국회의 막바지에 다달아 겨우 희망이 보이는 모습이다. 이렇게 여야 합의에 급물쌀이 이뤄진 배경에는 얼마전 고공농성에 이어 단식까지 들어간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한다.
피해생존자인 최승우씨는 지난 6일 여야를 압박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역 엘리베이터타워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한 사람 정도 누을 공간에서였다.
최씨는 지난 20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고혈압과 당뇨에도 목숨 걸고 올라왔다"며 "본회의 통과까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그때까지는 농성을 접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생명을 걸고서야 여야 합의가 겨우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최씨 처럼 법안 통과 역시 장담할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아직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간 협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도부 간 협상은 12월 초로 다가온 공수처법과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변수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여당 관계자는 "하루 빨리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가 고공농성을 마칠 수 있게 하자는 데 동의하면서 여야 실무진들끼리 법안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 일치를 봤다"며 "원내대표 간 결단과 합의만 남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검찰 개혁과 선거제 개혁안 등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법안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이 법안이 볼모로 잡히거나 정쟁에 휘말려 떠내려 갈 우려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