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과 관련한 한일 간의 합의를 놓고 일본 측이 발표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이날 부산 벡스코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미디어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며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한일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이 있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 실장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일 간에 발표하기로 한 일본 측의 합의 내용을 아주 의도적으로 왜곡 또는 부풀려서 발표했다"며 "이러한 내용으로 협의했다면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구체적 사례를 들며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가 사실과 다른 부분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정 실장은 "일본 경제산업성은 우리가 사전에 수출규제와 관련한 WTO 제소 절차를 중단하기로 통보해 협의가 시작됐다고 했는데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지난 7월 1일 일본이 사전 협의 없이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우리의 고위급 대표단이 여러차례 방일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원만한 해결을 위한 메시지를 발산했지만 일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지난 8월 23일 정부가 지소미아 연장 종료를 통보하자, 일본이 우리와 협의하자고 제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지소미아 종료 통보 이후 외교채널간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며 "사전에 WTO 제소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정 실장은 "일본은 우리가 수출 관리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점을 개선할 의욕이 있다고 표현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정 실장은 "우리 수출관리 제도의 운용을 확인해 수출규제 조치를 해소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은 3개 수출규제 품목에 대해 '한국으로의 수출 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존재하고, 앞으로도 품목별 개별 심사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취지로 발표했는데, 정 실장은 "한일간 사전 조율과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일련의 일본의 행동에 대해 "외교 협상을 하는 데 있어 신의 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즉각 일본의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일본이 이러한 입장을 가지고 협상을 했다면 우리는 애당초 합의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한일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우리 측은 같은 입장을 일본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의를 받은 일본 측은 우리에게 사과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일본은 경제산업성에서 부풀린 내용을 발표한 것에 대해 사과했으며 한일간 합의한 내용은 아무런 변화가 없자는 내용을 재확인했다"며 "앞으로도 한일 간에 어렵게 합의한 원칙에 따라 조기에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일본과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 실장은 "일본 정부 지도자들에게도 각별한 협조를 촉구한다"면서도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번 합의는 최종 합의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 실장은 "지소미아 종료 연기 통보나 WTO 제소 중지 모두 조건부이자 잠정적 조치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며 "앞으로 협상의 모든 것은 일본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정 실장은 "영어로 트라이 미(Try me·시험해 보라)다. 한쪽이 터무니 없는 주장으로 상대를 계속 자극하면, 저희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라며 "그 말을 일본에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