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 간사가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국군간호사관학교 성희롱 단톡방 사건 은폐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간호장교를 양성하는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생도들의 단톡방에서 여생도들에 대한 각종 성희롱과 여성혐오 발언이 난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사실을 알게된 여생도들이 학교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는 솜방망이 징계로 일관했다.
군인권센터는 25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몇 주간 간호사관학교 여생도들로부터 남생도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톡방 내 성희롱, 여성 혐오, 모욕행위 실태에 대해 제보받았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간호사관학교 2~4학년 남생도들 일부가 모여있는 단톡방 3곳에서 여생도들을 비하하는 입에 담기 힘든 수준들의 발언들이 나왔다. 이들은 남자 연예인의 공연에 환호하는 여생도들의 모습을 보고 "회음부간호 X되게 하겠네" 같은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았다.
심지어는 "훈육관님 x리둥절 개꿀잼", "XX 훈육관은 허수아비 소령. 세워만 놓는 듯 XX도 아니고" 같이 상사에 대한 비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외에도 "(실습나가서) 남자 XX빠는 거 아니냐", "보이루", "(특정 여생도 이름을 언급하며) 어째 화장으로 여드름 자국이 안지워지노" 같이 모욕적인 발언이 다수 있었다.
처음 단톡방 안에 있던 남생도 중 한 명이 문제의 발언들을 캡쳐해 피해 여생도들에게 알리면서 해당 사실이 공론화됐다.
하지만 학교는 해당 사실을 알고도 미온적인 대처를 일삼았다. 센터에 따르면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여학생들이 3학년 담당 훈육관을 찾아가 해당 내용을 알리자 "동기를 고발해 단합성을 저해하려는 너희가 괘씸하다. 증거는 확보했느냐"고 말하며 신고도 접수받지 않고 돌려보냈다. 결국 피해생도들을 중심으로 학내 자치위원회인 명예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정식 신고했고, 이후 훈육위원회에 회부됐다.
센터는 "훈육위원회에서 주요 가해자로 지목된 11명 중 최종 퇴교를 심의하는 교육위원회에 회부된 것은 3학년 남생도 3명에 불과하다"며 "그마저도 퇴교는 단 1명에 그쳤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근신' 처분만 내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요 가해자 중 한 명인 강모 생도의 경우 단톡방 사건이 신고되기 몇 주 전 기숙사에서 남자 동기생을 폭행해 1급 사고 징계를 받은 전적이 있는데도 근신 7주 징계만 받았다"며 "강모 생도의 아버지가 사관학교 유력 외래 교수의 아들인 점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군인권센터 방혜린 간사는 "학교는 사건을 인지하고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지도 않았다"며 "오히려 4학년 담당 훈육관이 근신 중인 가해자들을 찾아가 "괜한 일에 휘말려 일이 이렇게 됐다"고 격려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게 될 예비 장교들이 이토록 저열한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실로 충격적"라며 "범죄자들을 두둔하고 피해자들을 2차 피해 속에 방치한 국군간호사관학교 교장 권명옥 준장과 훈육진을 즉각 보직해임하고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센터는 모욕, 명예훼손, 상관모욕죄 등으로 가해 생도들을 고소 및 고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