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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의 쏘왓] '론스타 사건'이 옛날 일? '5조 세금' 걸린 현재 이야기

금융/증시

    [홍기자의 쏘왓] '론스타 사건'이 옛날 일? '5조 세금' 걸린 현재 이야기

    영화 <블랙머니>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정면으로 의혹 제기
    ①론스타펀드의 은행 소유 자격 ②BIS 비율 조작 의혹
    금융위 2011년 론스타에 단순매각명령…론스타, 4.6조 순이익 얻고 매각
    론스타 2012년 韓정부에 5조원 소송 제기, 현재도 소송 진행 중
    BIS 조작 의혹 진원지 '10인 회동' 참여자, 경제계 유력 인사로 활동 중

    ■ 방송 : CBS라디오 <김덕기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김덕기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김덕기> 이 뉴스가 내 경제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알아보는 시간이죠? <홍기자의 쏘왓>입니다. 홍영선 기자 나왔습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했나요?

    ◆ 홍영선> '겨울왕국2'가 개봉되면서 약간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잔잔하게 흥행 하고 있는 한국 영화 '블랙머니'에 대한 내용을 가지고 왔습니다. 론스타 사태에 대한 내용을 다뤘는데요. 론스타 사태가 우리에게 현재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 알아봤습니다.

    ◇ 김덕기> 우선 론스타 사태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겠어요.

    ◆ 홍영선> '외환은행 헐값 매각사건'이라고도 불리는데요. 2003년 외환은행을 은행 소유 자격이 없던 미국계 투기자본인 론스타펀드에 헐값에 매각하면서 불거진 사건을 말합니다. 영화 블랙머니의 한 장면 들어보시죠

    양민혁 검사(배우 조진웅) "박수경이 데리고 뭘 조사했냐고"
    최 검사 (배우 허성태)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 자산가치 70조가 넘는 은행이 1조 7천억에 넘어갔다."
    양 검사 "말이가. 70조짜리를 무슨 1조 7천억에 넘어가"
    최 검사 "말이 안되지. 근데 그렇게 넘어간 근거가 팩스 5장. 대한은행에서 금감원으로 보낸 허위 보고서. BIS 비율 조작한 서류."
    양 검사 "BIS가 뭐야?"
    최 검사 "자기자본비율이라는건데 대한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서 재정 상태가 안좋은 그런 부실 은행이다, 이런걸 팩스로다가..."
    양 검사 "그걸 근거로 금감원은 대한은행을 헐값에 팔리게 한거네."

    영화 '블랙머니' (포스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홍영선> 사실 외환은행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적이 없는데요. 갑자기 낮아진 BIS(자기자본비율) 비율을 근거로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둔갑하면서 론스타 손에 넘어가게 되죠.

    ◇ 김덕기> 은행 소유 자격 조건 있나요?

    ◆ 홍영선> 은행은 공공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소유 자격 자체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 그러니까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10%이상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외국자본이 국내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금융회사이거나 금융지주회사여야합니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당연히 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겁니다.

    ◇ 김덕기> 자격이 안됐는데 어떻게 소유할 수 있었던건가요?

    ◆ 홍영선> 갑자기 BIS 비율이 낮아진 걸 근거로 했다고 했잖아요? 조작이라는 의혹과 문제제기가 상당합니다. 당시 은행법 시행령에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 사유가 있으면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요. BIS비율이 일주일 새 부실 수준인 6%대로 추락하면서 외환은행이 이 예외조항에 들어가게 되죠.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예외 조항을 이른바 '10인 비밀회동'이라는 곳에서 해법 차원에서 제시를 했고 그 10인 비밀회동에는 정·재계 유력인사들이 모두 참여했다는 거고요. 더더욱 놀라운 부분은 이같은 '신의 한 수'의 해법을 제시한 게 로펌 김앤장이라는 점이죠.

    ◇ 김덕기>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어느 정도 사실인지 좀 헷갈립니다. 10인 비밀회동과 김앤장 얘기도 사실인가요?

    ◆ 홍영선> 영화를 보고 난 뒤 더욱 자세히 알고 싶어서 실제 검찰 수사 문건과 재판 진행 상황 등을 토대로 쓴 '투기자본의 천국'이란 책을 봤는데요.

    이 책에 따르면 외환은행 매각을 두 달 앞둔 2003년 7월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10인 비밀회동이 열립니다. 이날 모임에서 외환은행 매각 방식과 절차가 결정되고요. 그런데 회의 일주일 전인 7월 8일 김앤장이 재정경제부에 전달한 법률 검토 문건에 은행법 시행령 제 8조2항 적용하도록 자문을 했고요. 당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 문건을 '비공식적'로 받아서 '대외비'로 분류했습니다. 또 금융감독위원회, 현재는 금융위죠? 금융위로도 건너갔고요. 7월 25일 금융위의 회의 자료에도 이 문건 문구가 거의 그대로 등장하죠.

    문건 등을 근거로 본다면 김앤장이 금융당국에 조언을 했고, 금융당국은 거의 그대로 따른 셈이 됩니다.

    ◇ 김덕기> BIS 비율이 조작 가능성을 의심하는건데, 실제로 당시 외환은행의 재정 상황이 어땠던 건지도 궁금해요

    ◆ 홍영선> 실제로 IMF 직후 외환은행이 건실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경영권을 출처 불명의 사모펀드에 팔아넘길 정도로까지 부실했는지는 의문이라는 게 시민사회단체 등의 시각입니다.

    실제로도 금감원은 2003년 5월 27일까지만 해도 외환은행의 BIS비율을 8.44%로 전망합니다. 그러다 6월 9.14%까지 뛰어올랐다가 7월에는 6.16%로 확 줄어듭니다. 그 근거는 외환은행에서 받았다는 팩스 5장이고요. 이 팩스는 10인 회동이 끝나고 일주일 뒤 발송된 것이죠.

    ◇ 김덕기> 이렇게 의심쩍은 부분이 많은 상황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고, 이걸 2011년에 팔아 넘기는데 금융당국은 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어요.

    ◆ 홍영선> 네 2011년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인 론스타펀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범죄행위에 대해 '징벌매각명령'이 아닌 조건 없는 '단순매각명령'을 내렸는데요.

    정부가 이같은 행정처분을 통해 론스타펀드가 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산업자본인데도 외환은행을 인수해서 거액의 배당금을 가져가도록 한 거죠. 특히 조건 없는 단순매각명령으로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줘서 하나금융지주에 지분을 매각하며 4조 7천억원에 달하는 초과이익을 가져가는 발판을 마련해줬고요.

     

    ◇ 김덕기> 여기까지가 론스타에 대한 내용. 간단히 짚으려고 했는데도 경제 영역이 워낙 전문적이다보니 설명하다보면 상당히 길어지네요. 자 그러 이제 쏘왓, 이게 그럼 나랑 무슨 상관이냐 한 번 묻고 가죠.

    ◆ 홍영선> 우리 세금과 관련이 있습니다. 2012년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S(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를 제기했는데요. 이 사건은 지금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매각 시점 지연, 가격 인하 압박 등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론스타가 제기한 소송액은 46억 7950억만달러인데요. 우리 돈으로 5조 원에 달합니다. 이 소송에서 지게 된다면 5조원을 우리 세금으로 물어야 하죠.

    ◇ 김덕기> 현재 소송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 홍영선> 우리 재판으로 치면 양측의 의견을 듣는 심리 절차는 모두 끝났습니다. 이미 2016년에 양측 최종 변론이 이뤄졌고, 재판부의 결정만 남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게 지금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판정이 나왔는데 정부가 공개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전요섭 금융위원회 금융분쟁대응 TF 단장입니다.

    "판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판결 나기 전에 미리 판결이 나온다고 알려주는 절차가 있는데 그것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 홍영선> 중재판정부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 절차 규칙에 따라 선언 이후 최장 180일 이내 판정을 선고해야하는데요. 이 절차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게 정부 측 입장입니다.

    또 이 영화에 한 인권 변호사가 나오는데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반발하는 노조와 함께 투쟁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인 조진웅에게 이런 말을 해요. "네 일 아닌 것 같지?" 그게 무슨 의미일 지, 이 변호사의 실제 모델인 권영국 변호사에게 이 의미를 한 번 물어봤습니다.

    "은행이라는 게 국민의 예금이나 재산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이잖아요. 그런데 투기 자본에 이윤의 희생물이 된 것이나 다름 없는 겁니다. 몇조원의 이익을 가져갔다는 건 국민들의 재산을 가져갔다는 말과 똑같죠.

    사실은 이 무렵에 사모펀드나 투기자본들이 우리나라 국내 기업을 매입했다가 비싸게 파고 나가는데 국부라는 것이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민한테 돌아온 게 아니라 몇몇 투기 자본에게 이윤이 돌아간 것이죠. 투기 자본들이 실질적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준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은행 종사자, 예금을 했던 사람들에게 돌아갔어야 했던 것이죠"

    영화 '블랙머니'의 한 장면.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김덕기> 론스타가 현재의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세금, 국부유출 상당하네요. 또 있을까요?

    ◆ 홍영선> BIS 비율 조작 의혹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2003년 '10인 회동' 아까 말씀 드렸잖아요. 여기에 참여했던 정재계 인사들, 어떻게 됐을까요?

    ◇ 김덕기> 이게 아직도 의혹인 걸 보면 뭐 잘 살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 홍영선> 당시 재정경제부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이 소집한 10인 회동에는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추경호,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국장 김석동, 은행감독과장 유재훈, 외환은행 행장 이강원과 부행장 이달용, 경영전략 부장 전용준, 우리 정부의 매각 자문을 맡은 모건스탠리 전무 신재하, 청와대 정책실 행정관 주형환 등이 참석했는데요.

    추경호 당시 과장은 금융위 부위원장, 기재부 제1차관, 국무조정실 실장까지 거친 뒤 현재 20대 자유한국당 의원이 됐고요. 김석동 당시 국장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금융위원회 위원장까지 했죠. 주형환 당시 행정관은 기재부 제1차관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했고요. 검찰이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한 변양호 당시 국장(현 VIG 파트너스 고문)은 현재도 신한금융지주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한금융회장직 선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검찰은 론스타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권 교체기의 혼란을 틈타 결재를 편취하고 상사를 기망했으며 국가 의사결정 시스템을 마비시켰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현재까지도 이들 모피아( Mofia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우리 경제계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론스타가 그냥 과거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습니다.

    ◇ 김덕기> 네 론스타에 대한 내용, 홍영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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