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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덕에 큐 잡았던 12살 손자, 챔피언 됐어요"

스포츠일반

    "할아버지 덕에 큐 잡았던 12살 손자, 챔피언 됐어요"

    • 2019-11-26 06:00
    '할아버지, 보고 계시죠?' 다비드 마르티네스가 25일 '메디힐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힘겹게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의정부=PBA 투어)

     

    28살 스페인 청년은 첫 프로 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두 달 전 고인이 된 할아버지를 찾았다. 자신을 당구의 세계로 입문시킨 고마운 조부에게 뿌듯한 손자가 됐다.

    다비드 마르티네스가 프로당구(PBA) 투어 5차전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세계주니어선수권과 유럽선수권에서 주목받았던 차세대 주자임 입증했다.

    마르티네스는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아일랜드캐슬에서 열린 '메디힐 PBA챔피언십' 결승에서 엄상필(42)을 풀 세트 접전 끝에 4 대 3(15-11 8-15 13-15 15-4 15-1 0-15 11-7)으로 눌렀다. 우승컵과 함께 상금 1억 원을 거머쥐었다.

    역대급 명승부였다. 마르티네스는 첫 세트에서 8점을 몰아치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엄상필도 만만치 않았다. 2세트 하이런 6점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데 이어 엎치락뒷치락 역전이 이어지던 3세트에도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2 대 1로 앞서갔다.

    마르티네스도 4, 5세트를 따내며 다시 분위기를 바꿨다. 특히 3이닝 만에 끝낸 4세트 에버리지는 5.00이었고, 하이런도 8점이나 됐다. 5세트에도 15 대 1로 엄상필을 압도했다.

    그러나 마르티네스는 6세트 위기를 맞았다. 엄상필이 행운의 샷 2개를 포함해 첫 이닝에 12점을 뽑아낸 것. 결국 마르티네스는 1점도 내지 못한 채 0 대 15로 6세트를 내줘 동점이 됐다.

    마지막 운명의 7세트. 마르티네스의 집중력이 더 좋았다. 7 대 7 동점에서 엄상필이 긴장한 듯 공타를 이어간 사이 마르티네스는 10이닝 1점, 11이닝 2점을 내며 앞서갔고, 12이닝째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후 마르티네스는 "2개월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게 여기실 것"이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마르티네스는 12살 무렵 할아버지의 권유로 당구에 입문한 특별한 사연이 있다. 그런 할아버지가 2개월 전 유명을 달리했으니 감회가 더 남달랐던 것이다. 이어 마르티네스는 "가족과 여자 친구 등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한국의 당구 인프라에 대한 부러운 마음도 보였다. 마르티네스는 "서울만 해도 유럽 전체를 더한 것보다 많은 당구장이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런 인프라 덕분인지 한국 선수의 기량이 뛰어나 항상 경기는 어렵게 느껴졌는데 우승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엄상필은 6세트 완전히 분위기를 바꿨지만 7세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준우승 상금은 3400만 원이다.

    이번 대회부터 신설된 'SK 5G ACT 베스트 에버리지'는 서현민이 받았다. 64강전에서 에버리지 2.938을 기록한 서현민은 400만 원의 상금을 더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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