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에서 1년간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 서울R&D캠퍼스에서 26일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지난 1년 동안 삼성전자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탔던 스타트업 20곳이 주인공이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 첫 졸업생인 이들 스타트업에게는 1년간 근무 공간부터 기술 컨설팅은 물론 구내식당과 셔틀버스까지 제공된다. 많게는 1억원의 지원금도 받는다.
이날 취재진에 공개된 삼성 서울R&D캠퍼스 C타워 7층 근무 공간은 회의·휴식·요가 강좌를 위한 공간과 카페테리아, 플레이스테이션·아케이드 오락기까지 갖춘 곳이었다.
챗봇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서비스를 하는 '에그번 에듀케이션' 문관균 대표는 "식사 제공 뿐만 아니라 요가 프로그램도 있어서 너무너무 좋았다. 모든 직원이 요가 강좌에 참여했는데, 업무시간에 딴짓을 아무도 안 하더라"고 웃었다.
문 대표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건 성장인데 이전까지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성장률도 기대치 이하였다"며 "C랩 아웃사이드에 들어오고서 매출도 3배 이상 증가했고 무엇보다 흑자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통해 유명 유튜버와 연결돼 베트남 지역에서도 매출 기반을 다졌다고 한다.
식당에서 투정을 부리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면서 마음이 괴로웠던 부모들을 위해 모바일 병원이자 교육센터가 되고 싶었다는 '두브레인'도 C랩 아웃사이드 졸업생이다.
AI 기반 3~7세 아이의 인지발달 솔루션을 개발하는 '두브레인'은 삼성전자에서 1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AI 개발 인력과 발달장애 치료 전문가 등을 추가 채용했다.
애플리케이션 화면에서 슬로프를 따라 나타나는 나무를 누르는 반응 속도와 누르는 세기 등을 측정하는 테스트 같은 걸 하면서 시각적 변별력·지각 속도력·공간 지각력·기억력·추론력·수리력 등 8가지 발달영역을 진단한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가 잘한 영역과 가장 어려워한 영역 등을 알게 되고, 이를 토대로 발달이 상대적으로 느린 영역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두브레인 김병재 마케팅책임자(CMO)는 "대학생 3명이 처음에는 앱만 잘 만들면 되지 않을까 순진하게 생각했는데, 사업적인 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아무래도 삼성이 선택한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외국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두브레인과 삼성전자는 캄보디아 3개 학교에 태블릿 150대를 기부해 스마트스쿨을 열고, 특수학교 교사들과 커리큘럼도 개발했다고 한다. 지난 2월 선보인 애플리케이션이 누적 다운로드 31만건을 넘겼다.
그룹 영상 통화 서비스 '스무디'는 삼성전자에서 AR 이모지 기술을 지원받아 개발한 앱을 갤럭시 스토어에 등록했다.
스무디 조현근 대표는 "작은 스타트업이 AR 이모지를 개발해 서비스에 적용하려면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삼성전자로부터 AR 이모지 기술을 제공받아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AI 기반 여행 관련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트래블플랜'은 삼성전자의 문자메시지 기술인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여행 상품 검색과 예약 챗봇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C랩 아웃사이드'는 삼성전자가 지난 7년간 운영한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을 회사 밖으로 넓혀 국내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삼성 서울R&D캠퍼스에 마련된 전용 공간에 1년간 무상 입주하고, 임직원 식당, 출퇴근 셔틀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팀당 1년간 최대 1억원의 사업 지원금도 받는다.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삼성전자와의 사업 협력 모색도 가능하다. 국제 IT 전시회 참가도 지원받는다.
이번 데모데이는 지난 1년간 지원을 받은 20개 스타트업들이 투자자 등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고 전시하는 기회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스파크랩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 디캠프 등 영향력있는 스타트업 투자사 관계자 약 60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공모 진행을 통해 선발된 18개 신규 스타트업도 공개했다.
37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18개 스타트업은 AI·라이프스타일·VR/AR·헬스케어·영상기술 등 사업분야가 다양하다.
주요 스타트업은 △K-Pop 댄스를 배우려는 일반인에게 1:1 온라인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카운터컬처컴퍼니' △고양이용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골골송작곡가' △자연어처리 기반으로 방대한 지문을 읽고 질문에 답하는 기계독해 플랫폼을 만든 '포티투마루' △스마트폰 키보드를 캐릭터나 연예인으로 꾸밀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비트바이트' △효과적인 대학 수업을 위한 학습관리 솔루션을 개발한 '클라썸' 등이다.
대학생 창업 스타트업인 '클라썸'이 개발한 솔루션은 이미 일부 대학에서 활용되고 있다. '클라썸'은 'C랩 아웃사이드' 지원을 통해 개발하고 있는 솔루션에 AI를 접목시켜 기업과 개인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5년 동안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외부 스타트업 300개 육성, 사내 임직원 스타트업 과제(C랩 인사이드) 200개 지원 등 총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 CE 부문 대표이사 겸 삼성리서치 연구소장 김현석 사장은 행사 축하 영상에서 "스타트업의 강점을 잘 살린다면 소비자에게 보일 새로운 솔루션을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새로운 경험을 찾는 여정에서 삼성전자가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