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인영(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오신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관련해 회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附議)되게 되면서 정치권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 법안들은 절차에 따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쳐 이날 자동 부의된다.
부의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 처리할 수 있는 요건이 충족됐다는 뜻이다.
이제 선거제 개편안은 60일 안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짐으로써 모든 패스트트랙 절차가 끝나게 된다.
각당의 셈법은 복잡하다.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각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당의 공식 입장이기도 하지만, 선거제 개편안을 처리해야만 문재인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검찰개혁 관련 법들도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바른미래당 소속 호남 의원들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소속 의원들과 힘을 합쳐 의결정족수(149석)를 채운 뒤 자유한국당까지 합의에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25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찾아가 협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당은 선거제 개편안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은 지역구가 축소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게 골자인 이번 선거제 개편안이 가결될 경우, 기존보다 더 적은 의석을 얻을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당은 국회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줄이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완전히 없애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혁을 막기위한 몽니라며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은 최후의 수단으로 의원직 총사퇴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어느 것도 확실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막을 대안으로 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바른미래당 소속 호남 의원들과 평화당, 대안신당 측은 선거제 개편에는 동의하면서도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은 지역구 의석을 현재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대신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정의당은 패스트트랙 선거제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정당 지지율이 높은 만큼 비례대표 의석이 많을수록 정의당이 많은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또 중재안으로 떠오르는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은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할 여지가 많지 않아, '지역주의 타파'란 선거제 개편안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게 정의당 주장이다.
각 당의 첨예한 입장 차이는 다음달 초쯤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상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들이 다음달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면, 민주당을 필두로 일부 야당은 일단 선거제 개편안과 검찰개혁 관련 법들을 처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