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농성 천막에 7일째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이 26일 마(魔)의 1주일을 맞았지만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당내에선 후속 대책에 고심 중인 분위기다.
황 대표는 현재 겨우 고개만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이 약해진 데다 혈압 저하 등이 겹치면서 만일을 대비해 의료진과 구급차가 주변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분수령인 다음달 3일까지 버티겠다는 황 대표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단식중단 후 병원 호송 가능성까지 나온다. 황 대표가 병원으로 옮겨갈 경우 단식 투쟁의 동력을 어이가기 위한 방안으로 의원들의 합동단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일 단식에 돌입한 황 대표는 사흘째인 지난 22일부터는 청와대 인근에 임시 텐트를 마련해 철야 농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 23일 저녁부터는 기력이 빠져 몸져누워 단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황 대표의 건강 상태가 누워서 단식을 지속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는 점이다. 강추위에 노상 단식을 고수한 데다 소금 섭취까지 거부하는 등 단식 정공법을 택하면서 신체에 무리를 주고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단식 농성장 인근에서 황 대표를 보좌하는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텐트를 덮은 천막이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와 강추위가 겹치면서 수면 도중 자다 깨기를 반복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공수처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가 완료되는 다음달 3일까지 황 대표가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황 대표가 병원으로 후송되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투쟁을 이어나갈 대책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투쟁 동력을 살려나가는 방법 중 하나로 의원들 중심의 합동 단식투쟁이 거론되고 있다. 황 대표가 응급조치 후 단식 농성장으로 재차 복귀할 가능성도 있지만, 복귀 시점까지의 빈 공간을 현역 의원들이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내 한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응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다수 의원들이 동조 내지 합동 단식투쟁을 벌이는 방식의 플랜비(B)를 논의하고 있다는 걸 들었다"며 "당 대표보다는 상징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단체로 야당의 결기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 재선의원도 통화에서 "어떤 방법이든 간에 황 대표가 불을 지핀 단식투쟁의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며 "합동 단식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어떤 게 좋을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단식투쟁이 신체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는 만큼 이를 누군가에 섣불리 강요할 순 없지 않겠냐는 신중론도 나온다. 합동 단식투쟁 방식에 반대하진 않지만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이상 강권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황 대표는 죽기를 각오하고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황 대표처럼 목숨을 걸라고 권유하긴 힘들다"며 "동조단식을 하겠다고 어설프게 흉내를 내다가 오히려 투쟁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별도로 황 대표가 쓰러지기 전에 청와대가 나서서 영수회담 제의 등 제1야당 대표에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방식도 현 사태를 풀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당내 또 다른 재선의원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황 대표를 찾아와 영수회담을 제안하든 뭔가 성의를 보이면 정국이 풀릴 수도 있지 않겠냐"며 "문재인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으면 지금으로선 직진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선거법 저지를 위해 의원직 총사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 다양한 저항 방식이 거론되지만, 이는 다음달 3일 이후에야 효과가 있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현재 진행 중이 단식정국을 풀 수 있는 카드는 아닌 셈이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단식 투쟁 자체가 여론의 힘을 얻고자 하는 방식"이라며 "황 대표가 최대한 오래 버티면서 여론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