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미화되면 추억이고, 망상이 미화되면 꿈이 아닐까 생각해요. 많은 상상을 하면서 떠나간 사람을 기억하고 추억하지만 현실에서 버티는건 남겨진 사람이고, 결국 남겨진 사람은 현실 속에서 많은 의미를 찾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 하면서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그려보고자 했습니다"
연극 '메모리 인 드림' 프레스콜 (사진=배덕훈 기자)
지난 8일 개막한 연극 '메모리 인 드림'은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청춘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그들이 겪는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은 단순히 청춘의 이야기만을 그리지 않는다. 죽음을 통해 남겨진 사람의 슬픔을 드러내고, 꿈과 현실을 오가는 스토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연극 '메모리 인 드림' 프레스콜 현장 (사진=배덕훈 기자)
2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해오름 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메모리 인 드림' 프레스콜 행사에서 극의 작·연출을 맡은 오인하는 "암전과 캔버스 전환 등을 통해 꿈과 현실의 괴리감을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면서 "배우들에게는 꿈에서 대사나 상대 배역에 대한 정서적 부분을 얼마나 가져가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했고, 반대로 현실에서는 사운드와 대화를 통해 네 사람의 생활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오 연출은 또 "남겨진 사람들은 아픔을 마주하고 후회를 하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메모리 인 드림'은 캘리포니아 출신의 택시기사이며 밴드 리더인 '이든'과 시카고 출신의 미술관 큐레이터인 '앨리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남편 이든으로 인해 깊은 슬픔에 빠진 앨리스는 이든이 죽음이 자신과의 다툼으로 인해 발생됐다는 죄책감에 점점 피폐해져만 가고, 삶의 의욕을 놓아 버린 채 지난날 추억 속에 자기 자신을 가두고 만다.
예전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앨리스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기 만들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그녀의 삶은 그저 먹먹하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서 이든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는 절망의 끝에서 다시 희망을 찾아가게 된다.
작품 속 주연 배우인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예술에 대한 꿈을 갖고 있다. 음악과 미술, 멀지만 가까운 두 예술 분야는 두 사람을 잇는 매개체가 된다.
오 연출은 "두 사람 모두 예술세계를 꿈 꾸고 있고 묘하게 닮은 듯 다른 음악과 미술이 보는 사람과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이기에, 그런 목적성을 갖고 통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다"며 "음악과 미술은 메타포로 연결고리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이 있다. 바로 형제가 이 작품에 함께 한다는 점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오 연출과 그의 형인 오의식 배우다. 오의식은 이 작품에서 '이든'을 맡아 열연한다.
오의식은 이날 "사실 오 연출과 형제인데, 동생이 하자고 해서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고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 팀이 꾸려짐에 있어서 오래 알았던 선후배들 가족같은 동료들이 많았고, 연극을 하고 싶었던 시기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던 것이 가장 컸던 것 같다"고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창작 초연작인 이 작품은 오 연출이 뮤지컬과 연극 배우로 활동하기 전 쓰던 글을 통해 탄생했다.
오의식은 "사실 동생이 작가로 데뷔하기 전에 어릴 때 방에서 끄적거리면서 써놨던 글이었는데 이 글을 보고 그럴듯 하게 써진 것 같아서 동생에게 '정식으로 글을 써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래서 굉장히 개인적으로는 형제한테 의미 있는 텍스트이기도, 작품이기도 해서 팀을 꾸린다고 했을때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든 역을 맡은 배우 김선호 역시 "좋은 사람들이랑 함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앨리스의 꿈에 살고 있는 이든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꿈과 과거 등을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면서 "이든이라는 역할과 소재, 그리고 앨리스와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의 대화와 싸움들을 대본을 통해 보면서 이든에 더욱 끌렸다"고 배역에 애착을 드러냈다.
현재 tvN 드라마 '유령을 잡아라'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김선호는 KBS 2TV 간판예능 '1박 2일'의 복귀 멤버로 낙점돼 화제를 모았다. 이 같이 드라마와 예능, 그리고 연극 무대까지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는 김선호는 이번 연극 무대를 '힐링'이라고 전했다.
그는 "연극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시간이 좀 맞지 않았다. 그러다 이 대본을 알고 있었고, 시기가 좋았고, 같이 할 수 있으면 의미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일정 같은 것도 너무나 어려움 없이 잘 조율이 되고 배우들도 다 친한 사람이라 힐링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극 무대 위에 서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고 연극을 함으로써 또 한번 잃어버렸던, 잊고 있었던 것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겠다 생각을 한다"면서 "짧은 순간이지만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극 중 주인공인 앨리스는 가장 많은 장면에 등장하며, 감정의 변화가 심한 캐릭터다. 이에 앨리스 역을 맡은 서예화는 "지금도 어렵게 느끼고 있는 부분인데, 남편이 죽고나서 둘이 사는 아파트에 혼자 남겨진 앨리스가 1년이라는 시간을 겪으면서 죽음 받아들이는 과정이 나오는 데 표현적인 것에 많이 집착을 한 것 같다"라며 "그것을 내려놓는게 아직도 숙제고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하게도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서 굉장히 재밌게 어려움을 잘 해결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연극 '메모리 인 드림' 프레스콜 (사진=배덕훈 기자)
이 작품은 모두 비슷한 연배의 또래 배우들이 각각의 배역을 맡았다. 배우들은 이전부터 워낙에 친하게 지내기도 해 작품을 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작품을 하며 "너무 재미있고 매일매일이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이든' 역은 오의식, 박은석, 김선호가 맡았고, '앨리스' 역은 강연정, 서예화가 더블 캐스팅됐다. 앨리스와 이든의 친구이자 부유한 집안의 외동아들 '유진' 역은 이이림 조원석이, 앨리스와 이든의 친구이자 잡지사 직원인 '앨런' 역은 오세미, 고애리가 맡아 무대에 오른다.
연극 '메모리 인 드림'은 오는 2020년 1월 19일까지 대학로 해오름 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