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낙선했던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첩보를 받아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수사했다는 의혹과 관련,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시장과 수사를 담당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은 당시 사안을 두고 27일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날 열린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도 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김 전 시장 표적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기현 "靑 악랄한 권력형 범죄" vs 황운하 "첩보 경찰청에서 하달받아"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를 자행했다"고 말했다.
이날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하도록 당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에게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민정수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당시 현직 울산시장이었던 김 전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에게 패배했다. 김 전 시장 수사 중 핵심이었던 측근들의 직권남용 혐의는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이후 한국당은 황 전 청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발했으며, 최근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은 이첩됐다.
김 전 시장은 "조국은 2014년 7월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송철호 후보 선거지원을 위한 토크 콘서트를 가졌고 후원회장도 맡았던 특수관계였다"며 "같은 달 20일에는 문재인 당시 의원이 선거현장을 방문해 송철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 조국 전 민정수석, 송철호 울산시장 등 3인은 막역한 사이로서 송철호 시장 후보를 어떻게든 당선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루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며 "검찰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황운하를 즉각 구속하고, 청와대 즉각 압수수색을 통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페이스북 캡처)
반면 황운하 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첩보는 경찰청 본청에서 하달받은 것으로, 울산 경찰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일체의 정치적 고려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고, 기소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하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 수사와 관련 "진즉 진행됐어야 할 수사사항인데 뒤늦게 진행되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환영 입장이다. 언제든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역시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의 하명수사가 있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고민정 대변인은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며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행안위, 법사위 野 '맹공'…한국당 국정조사 추진이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김 전 시장 사건이 거론됐다. 한국당은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청와대의 하명수사였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데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 보고를 수시로 받았는지 여부와 법적 근거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당 김영우 의원 역시 "군부독재 시절보다 더한 정치공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진복 의원도 "행안위 차원에서 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찰) 수사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그에 따라 필요한 여러 판단과 결정을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전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혜숙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청와대가 5공화국의 치안본부도 하지 않은 일을 했다"며 "만약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했다면 이건 국정농단"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김 전 시장 사건을 부각시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설치된다면 이같은 표적 수사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전 시장 사건에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던 여당은 공수처와 관련해선 반박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나 의혹을 사실처럼 단정해 검찰개혁에 영향을 끼치거나 반대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은 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포함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과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중진의원 회의에서 "유재수의 감찰 농단, 황운하의 선거 농단, 그리고 우리들병원의 금융 농단에 이르기까지 '3종 친문 농단 게이트'"라며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민주당에 국정조사를 요구하겠다"라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우리들병원 이상호 회장의 경우 친문 실세들과 친분이 있고 특혜대출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정권의 무시무시한 비리와 부패, 권력형 범죄는 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나올만한 스케일"이라며 "정의와 촛불로 포장했던 이 정권의 추악한 민낯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