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산사업소와 새로 건설한 통천물고기가공사업소를 현지지도하는 모습.(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공)
북한이 경제집중 노선으로 전환한 이후 최소한의 주민 삶은 보장할 수 있는 내부 발전동력은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제재 충격이 지속돼도 북한 경제 붕괴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김영희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8일 발간한 '제제 속의 북한 경제: 밀어서 잠금해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4월 당 중앙위 7기 3차 전원회의를 통해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에서 사회주의경제발전 총력집중으로 국가노선을 전환한 이후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등 실제로 상당한 변화를 겪고 있다.
원산 갈마반도 등 중요 군사훈련장에 국제적인 대규모 관광휴양시설이 건설되거나 공군 비행장을 철거하고 대규모 온실농장을 건설한 것 등이 사례로 제시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또 정상국가 확립과 경제발전 집중을 위해 군 위상을 약화시키는 방편으로 현영철 등 군 고위인사를 숙청하고 상당수 장군들에 대한 1~2계급 강등과 장군 숫자 감축 등의 조치를 취했다.
군의 특권을 줄이고 노동당에 대한 절대 복종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 김 위원장으로 군 통제권이 이양됨으로써 사전 기반이 다져졌다.
저자는 북한 경제에서 국방산업은 다른 분야가 넘볼 수 없는 금단의 영역이었지만 경제집중 노선 채택 이후에는 북한 역사에서 최초로 국방산업이 인민경제발전에 종속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평양 시내 모습.(사진=자료사진)
김 위원장이 경제발전에 강한 열망을 갖게 된 배경으로는 정서적으로 예민한 청소년기에 약 200만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을 직접 경험한 것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 관련, 김정일 위원장은 2011년 10월과 12월 두 차례 발언에서 "아마 김정은 동지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고난의 행군' 경험을 지도자의 소양 중 하나로 꼽았다.
북한의 노선 전환은 경제 개혁 조치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15~20명으로 구성된 분조 단위 농업생산 및 분배 활동이 개별농민 단위로 바뀌는 '포전담당책임제'가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있고, 자율성을 높이고 경쟁을 확대하는 '기업책임관리제'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북한 경제는 소비제품에서 국산화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품질이 향상되고 있으며 전자상거래가 등장할 만큼 시장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또 식생활은 '굶주림' 단계는 벗어나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식료품이 출시될 정도며 레저문화까지 등장하는 단계로 관측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다만 북한은 국가 주도로 적극적인 대외 경제개방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대북제재로 명확한 한계에 부딪히는 딜레마에 봉착했고 이로 인해 북한정권의 스트레스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저자는 대북제재로 인해 외부자본과 기술 유치를 통한 '단번 도약'(고도경제성장)을 실현하려는 북한의 전략은 좌초 위기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또, 북한이 최소한의 자생력은 갖춘 상태에서 단지 생존차원이 아니라 고도성장을 위해 비핵화협상에 나선 만큼 일방적 제재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접근 방식은 재고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