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장애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겨울철이면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밥을 먹으면 체한 것처럼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더부룩하게 느껴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특별히 잘못된 음식을 먹은 적이 없는데도 이런 증상은 일주일 이상 계속되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이를 통상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2018년 의료통계정보를 보면, 기능성 소화불량 진료 인원은 본격적으로 추위가 시작되는 12월과 1월이 월평균 7만7천49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나머지(2∼11월) 월평균 6만6천390명에 대비해 약 17%가량 많은 수치다.
12월과 1월에 소화불량 환자가 많은 대표적인 이유로는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추위와 신체 활동량 부족에 따른 위장 기능 저하가 꼽힌다.
◇ 낮은 온도가 자율신경에 영향…급격한 온도 차 피해야우리 몸이 과도한 추위에 노출되면 일시적으로 위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소화불량, 식욕감퇴, 위장장애, 변비, 설사 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낮은 온도가 몸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이런 증상을 불러오는 것으로 본다.
이에 더해 차가운 공기에 배가 장시간 노출되면 열을 빼앗겨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든다거나, 겨울철 실내외의 급작스러운 온도 차에 따른 신체의 스트레스로 소화 기능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의견도 있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홍성수 병원장은 "보통 뇌 중심부에 있는 시상하부에는 온도조절 중추가 있어 외부의 기온이 높건 낮건 그에 맞춰 혈관을 확장하고 수축시킴으로써 신체의 온도를 36.5℃로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면서 "이런 인체의 조절기능은 실내외의 급격한 온도 차에 의해 부조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겨울철 음식을 특별히 잘못 먹은 적도 없는데 이유 없이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프며 설사 증상이 있다면 실내외의 급작스러운 온도 차를 최대한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외출 때는 최대한 따뜻하게 입어 추위로 인해 느끼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요령이다.
또 실외에서 실내로 들어올 때는 난방기구 가까이에서 몸을 갑자기 녹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서서히 몸의 온도를 올리는 게 좋다.
홍 원장은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위나 대장 같은 장기의 운동을 조절하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은 온도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면서 "겨울에 유독 소화불량 증세가 잦은 사람이라면 추위와 급격한 온도 차를 최대한 피하는 게 권고된다"고 말했다.
◇ 추위에 줄어든 활동량도 위장장애 불러…식후 가볍게 운동해야
추위 때문에 신체 활동량이 줄어 위장이 제 기능을 못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위장 운동은 음식의 종류나 식사 시간 등과 더불어 사람의 활동량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식후 앉아 있거나 누워만 있으면 위가 제대로 운동할 수 없어 위장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식사 후 곧바로 과도한 활동을 하는 것도 금물이다. 식사 후 과도하게 운동을 하면 팔다리의 근육에 전달되는 혈액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위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홍 원장은 "소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식사 후 20∼30분 정도 쉬고 난 뒤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좋다"면서 "특히 저녁 식사 후에는 활동량이 더 부족해지기 쉬운 만큼 평소 소화불량증을 자주 겪는 사람은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겨울철에는 음식에도 유의해야 한다. 특히 소화가 안 될 때 마시는 탄산음료의 경우 트림이 나와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실제로는 카페인 때문에 소화 장애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 탄산음료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있어 소화 과정 중 발효되면서 오히려 가스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소화가 잘 안 될 땐 음식을 오래 씹어 먹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침 속에는 아밀라아제라는 당분 분해 효소가 있어 음식물과 침이 잘 섞이면 소화가 잘되기 때문이다. 식후 곧바로 누우면 위가 운동할 수 없어 속이 더부룩해지기 쉬우므로 야식을 피하는 것도 소화불량을 예방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