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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중소기업계 "일본처럼 해달라"

    내년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앞두고 日처럼 연장근로 한도 확대 요구
    연 720시간 연장근로 가능한 日, 과로사·과로자살 끊이지 않아

    (사진=일본 내각부 자료)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해야 하는 중소기업계가 '일본처럼'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처럼 연장근로 한도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로사' '과로자살'로 악명높은 일본의 노동정책을 따라 가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일본 사례를 도입할 것을 올들어 줄곧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87년 노동기본법에 법정근로시간을 기존 1주 48시간에서 1주 40시간으로 개정해 점진적으로 시행해왔다. 그러면서 연장근로의 경우 후생노동성 고시로 월 45시간, 연 360시간으로 상한을 정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 등의 반발로 지난 1998년 노동기본법 36조를 개정해 노사가 합의하면 이 고시를 넘어서는 연장근로도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무제한 연장근로를 허용했다.

    법정근로시간은 줄어들고 있었지만 연장근로를 무제한 허용하다 보니 전체 근로시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물론 통계적으로는 일본 노동자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계속 줄어들면서 한국보다 짧다. 2017년 기준 일본의 연간 근로시간은 일본이 1,710시간으로 OECD 평균(1,759시간)을 밑돌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24시간으로 멕시코,코스타리카에 이어 3위였다.

    하지만 일본의 통계는 단시간근로자들이 전체 노동자의 40%에 육박하면서 생기는 '착시현상'이다. 정규직의 근로시간은 여전히 길지만 단시간 근로자 숫자가 증가하면서 전체 평균 노동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비정규직과 파트타임 노동자의 증가가 근로시간 감소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일본 내각부 자료)

     


    일본 노동법제를 연구해온 서울시립대 노상헌 교수는 "일본의 평균 노동시간은 작지만 정규직 남성 노동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연 2천시간이 넘는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본 특유의 '집단적 문화'가 더해지면서 일본의 노동시간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자신의 업무가 끝나도 팀원 전체의 업무가 끝나지 않으면 퇴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업무가 끝나도 하루를 정리하면서 한 두시간을 보내는 이른바 '서비스 잔업'도 여전하다. 동아대 송강직 교수는 "일본 회사들은 직원들과 그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생각이 강해 종신고용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며 "그런 회사에 대해 충성을 하면서 수당도 신청하지 않는 '서비스 잔업'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속출했고 지난 2015년에는 대형광고회사인 '덴츠'의 신입 여직원까지 과로자살을 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횡행하는 장시간 근로를 막기 위해 지난해 '일하는 방식 개혁법'을 통과시켰다. 연장근로 한도를 명확히 해 기본은 월 45시간, 연 360시간 미만으로 하되 노사 합의가 있으면 월 100시간, 연 720시간 미만으로 정했다. 또한 이를 법 조문으로 명문화해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 받도록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월 100시간, 연 720시간 한도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장근로 한도는 주 12시간으로만 정해져 있다. 이는 대략 월 48시간, 연 624시간이지만 중소기업계는 한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주 단위 대신 월, 년 단위로 연장근로 한도를 규정해 좀 더 유연하게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틈 날때마다 "우리보다 잘사는 일본도 연장근로 한도가 높다"며 "일본처럼 노사가 합의하면 연장근로를 더 할 수 있도록 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정부는 '일본처럼 해달라'는 중소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 일본은 우리의 롤모델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장시간 근로관행과 낮은 노동생산성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라며 "전체 제도와 일하는 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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