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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이영애 "쉬운 장면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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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찾아줘' 이영애 "쉬운 장면은 없었어요"

    [노컷 인터뷰] 영화 '나를 찾아줘' 정연 역 이영애 ①

    2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나를 찾아줘' 이영애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굳피플 제공)

     

    ※ 영화 '나를 찾아줘'의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14년. "너나 잘하세요"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남긴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가 개봉한 지 14년이 되었다. 금자 역을 훌륭히 소화하며 당시 제26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탄 이영애는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새로 만들었으나,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스크린에 꽤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랜 공백을 거친 만큼, 복귀작에 대한 부담도 컸을 터. 그래서 그의 영화 복귀작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에 쏠리는 기대는 컸다. 이영애는 제작보고회, 언론 시사회부터 일관되게 작품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나를 찾아줘'로 장편영화 연출자로 데뷔한 김승우 감독을 두고는 신인답지 않은 내공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6년 전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도, 생계를 유지하며 생활인으로서의 감각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정연 역을 맡은 이영애를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만났다. 14년 만에 돌아온 이영애를 향한 관심은 높았다. 이날 인터뷰에도 17개의 매체가 몰려서 기자간담회처럼 진행됐다.

    다음은 이날 나온 질문과 답변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14년 만의 복귀작으로 '나를 찾아줘'를 선택한 이유는.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이 좋았다. 일단 맨 마지막에 그런 반전과 주제 의식, 여운도 좋았고 캐릭터도 좋다. 무엇보다 신인 감독님이시지만 10년 이상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고생하신 흔적들이 대본의 탄탄한 구조에 나타나더라. 그런 내공이 보였고, 고민의 여지 없이 선택했다.

    ▶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모성애를 다루는 부분이 있어서, 혹시 비슷한 내용으로 컴백한다는 것에 우려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네, 이건 보셔서 아시겠지만 ('친절한 금자씨'와) 전혀 다르다. (주요 주제가) 모성애이긴 하지만 모성애를 떠나서 조금 더 크게 보고 싶다. 엄마가 아이를 찾는 그런 모성애적인 감성, 감정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가 사람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그런 감정의 깊이가 더 넓고 깊어야 하지 않나, 하고 많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나를 찾아줘' 선택에) 고민될 여지는 없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나를 찾아줘'.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 분)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스릴러다. (사진=㈜26컴퍼니 제공)

     

    ▶ 실제로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그 점이 이번 영화에서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나.

    도움도 많이 됐고 더 힘들다, 작품을 결정하는 데. 엄마이기 때문에 '이거 너무 힘들어서 내가 할 수 있을까?' 하고 주저하는 부분도 오히려 있었다. 그런데 확실히 결혼하고 아이 엄마가 되니까 제가 연기하는 데 조금 더 편안해지더라. 그럼 감정을 잡는 데도 많이 도움 되고.

    ▶ 아이를 잃은 엄마라고 하면 딱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는데,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캐릭터였다. 시나리오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

    좀 전에 인터뷰했던 전 타임 기자분이 그런 질문하면서 실종 아이가 있는 부모님이 계신다고 했다. 그 부모님도 정연처럼 현실 생활을 그대로 이어간다고, 정연하고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하시더라. 만약 아이가 이 세상에 없었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 엄마(정연)가 살아갈 이유가 없겠지. 엄마도 같이 죽었다거나, 그런(쪽으로) 결심을 할 텐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다. 마음하고 정신이 떠 있어도 현실에 발도 디뎌야 했다. 현실이지만 현실인이 아닌 듯하고, 그럼에도 현실인이어야만 하는 그런 복잡한 감정을 가진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중간중간 보이는 눈빛이나 모습이나 뒷모습을 통해서 현실인이 아닌 정연의 모습을 그리는 게 어떨까 하고,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하면서 만들었다.

    ▶ 극중 정연에게 너무 많은 불행이 한꺼번에 일어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고민이 조금은 됐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도 힘들 테고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을 정도로 (작품이) 좋았다.

    ▶ 고통 묘사되는 수위가 높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음… 이게 원작에서는 좀 더 강했다. 고통의 수위가 조금 더 높았다. 어떻게 보면 18금(청소년 관람불가)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높았는데 그것도 저는 좋았다. 말씀하셨듯이 저도 아이 엄마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감당하기가 힘들더라. (웃음) 그래서 서로 많이 얘기를 하면서 수위 조절을 했다. 수위 조절을 했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줄 고통의 강도가 없을 순 없지 않나. 그게 또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고, 관객도 오롯이 같이 느껴야 할 감정이기도 해서 피해갈 수 없는 장면도 있어야만 했다.

    음… 힘든 장면…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이를 잃은 엄마기 때문에 쉬운 장면은 없었다. 엄마의 (마음속) 한구석은 항상 피폐해 있었다. 폐허같이. 공허한 걸 연속성을 갖고 정연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감정의 수위를 조절했고, 그러면서도 너무 과하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다. 절제를 좀 가져갔어야 했다. 액션 씬도 힘들었지만 감정의 연결과 지속성을 지키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 액션과 감정 연기 중 어떤 게 더 힘들었나.

    액션 씬도 힘들었다. 처음 해 보는 거였다. 긴 거는 처음 해 봐서 넘어져도 그냥 넘어져선 안 됐다. 화면에 보이는 액션 라인이 있고, 그것도 연기 일환이기 때문에 새롭게 배워야 해서 힘들었다. (액션과 감정 연기) 1, 2위를 다투기가 조금 어려운 것 같다.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에서 실종된 아들을 찾아 나서는 강인한 엄마 정연 역을 연기했다. (사진=㈜26컴퍼니 제공)

     

    ▶ 정연이 차에서 머리 묶고 다시 낚시터로 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어떤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는지.

    사실은 그전에 있는 게(장면이) 편집됐다. 배우로서는 너무 안타깝고, 놓치고 싶지 않았고,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나는 장면이 있었다. 쫓기듯이 나와서 혼자 갯벌 옆에 차를 세우고 목놓아 통곡하는 씬이다. 지문에도 '동물 울음소리를 낸다' 그렇게 나와 있다. 가장 롱 테이크로, 한 5분 넘었나? 7~8분 가까이 계속 롱 테이크로 갔던 배우로서 되게 좋았고 만족한 씬이었다. 표정, 몸짓, 손짓이 7~8분 롱 테이크로 나온 게, 저도 좋아하는 장면인데 너무 단호한 감정인 거 같아서… 배우로선 아깝지만 (영화 보니까) 편집하길 참 잘했다는 느낌이 들더라.

    ▶ 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 결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5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다. 왜냐하면 정연이 아이를 찾으러 갈 때 그 아이가 고개를 돌리는 엔딩 컷이 아이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버전, '아니구나' 하고 실망하는 버전, 혹시 아이가 맞을까 아닐까 누구인지 볼까 말까 하는 버전이 있었다. 표정을 대여섯 가지로 만들었다. 그런데 결국은 그렇게 다양한 감정을 얼굴에 섞는 것보다 덤덤하게 가서 그 몫을 관객분들한테 남기는 게 낫지 않을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또 정연은 찾으러 간다, 하고 희망을 놓지 않고 보여드리고 싶었다.

    ▶ 갯벌에서 아이를 보고 오열하면서 그 아이 발톱을 보는데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나.

    거기가 아주 큰 반전이 오는 부분이지 않나. 정연의 입장에서는 결국 아들이 맞는다는 확신을 향해서 계속 치달은 거니까. 남편까지 사고로 잃고 계속 정점을 치달아서 올라왔는데 결국 아들이 아니었다. 거기서 오는 실망감은 얼마나 크겠나. 더 표현할 수조차 없는 감정이지 않았을까. 다시 제로(0)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 또한 계산해서 할 수 없는 연기였다.

    ▶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아역 배우들과 같이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제가 (작품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감독님과 얘기해서 (아역) 오디션도 같이 봤다. 두 아이도 감독님과 같이 오디션으로 만났다. 아무래도 제 아들(역)이니까 저하고도 합을 맞추고 대화도 했다. 너무 잘하는 친구들이고, 아이들이 정말 큰 역할을 해 주어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그 친구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는 특별히 주인공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사진=㈜26컴퍼니 제공)

     

    ▶ 홍경장 역의 유재명과 처음 연기해봤는데 어땠나.

    한 아이를 잃은 엄마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질감이 들어야지, (정연과 홍경장이) 잘 어울린다 이런 분위기가 들면 안 되지 않나. (웃음) 물론 편하게 얘기도 하고 그랬지만, 유재명 씨는 마을 분들하고 잘 어울리시고 (저희는) 서로 감정 갖고 가는 현장 분위기였다. 서로 다 어울리고 호흡이 잘 맞고, 좋았다.

    ▶ 마을 사람들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언급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가 있다면.

    홍경장 님도 그랬는데 이건 등장인물이 다 중요하기 때문에 누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한 분 한 분이 정말 살아 숨 쉬는 생명체여야 한다는 것, (거기에) 감독님도 저도 공감했다. 그중에서도 넙치 역할 했던 김종호 배우. 연극배우 출신이다. 거기서 제게 다가오는데 눈을 감고 있었는데도 화면에서 제가 피하는 게 보이더라. (일동 폭소)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큰일 났다. (일동 웃음) 무명이긴 하지만 이분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감독님도 하셨다고 한다. 이 역할 때문에 (당시) 살을 많이 찌우신 거고, 지금은 쏙 빠져가지고 몰라보실 거다. 다들 너무 열심히 해 주셨다.

    ▶ 김승우 감독과 작업한 소감은.

    아무래도 이제 입봉하시니까 부담감이 많으실 거다. 저 또한 입봉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웃음) 감독님이 조금 긴장한 경우도 있으실 거다,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가셔야 하니까. 촬영감독, 조명감독, 분장감독님이 현장의 힘든 부분을 많이 메꿔주셨다. 같이 긴장 풀게 해 주시고, 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잘한다 잘한다 서로서로 업(up) 시켜주셨다. 감독님이 되게 섬세하시다. 신인이지만 내공이 있고 글도 참 잘 쓰시고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분이다.

    ▶ 그동안 영화 출연작에서 임팩트 있는 대사가 많았는데 '나를 찾아줘'에서는 어떤 대사가 그렇다고 보나.

    예고편에도 나왔는데 "어디 있어요? 우리 아들 윤수" 이거다. 그게 전체 흐름 맥을 짚어주는 말이 아닐까.

    ▶ 언론 시사회에서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는데, 어떤 점에서 감동할 수 있을까.

    마지막 보면 결국 자기 아이가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찾으러 다닌다, 새 아이를.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엄마 꿈에 (윤수가) 나타났다고도 하고. 비현실적이지만 계속 찾으러 다닌다는 지속성이 있다. 이 사회에 힘들고 절망하는 순간이 너무너무 많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절박감 속의 희망을 정연이 보여줬다고 본다. 그래서 배우로서도 울림을 느꼈고, (영화가) 그런 메시지를 줘서 좋다고 생각했다. <계속>

    배우 이영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굳피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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