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런 기적이 올 수도 있네요."
11월23일 열린 K리그1 37라운드 울산-전북전. 전북은 선제골을 넣고도 울산과 1대1로 비겼다. 승점 3점 차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마지막 38라운드에서 자력 우승이 불가능해졌다. 우승까지는 강원을 잡고, 울산이 포항에 패하는 시나리오가 유일했다.
기적은 일어났다. 일단 1일 강원은 1대0으로 잡았다. 동시 킥오프한 울산-포항전이 포항의 4대1 승리로 끝나면서 전북의 역전 우승이 확정됐다.
이동국은 "우승을 위해서는 울산의 결과를 봐야 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겼을 때 상황이기에 그 경기를 신경 쓰지 말자고 했다. 우리 것을 해놓고 난 다음 결과를 기다리자는 마음이었다"면서 "중간 중간 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서 '뭔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광판에 포항이 2대1로 이기고 있다고 나오는 순간 전율이 올라왔고, '우승 가능성이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감격스럽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어 정말 하루를 기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2009년 첫 우승 만큼 감격스러운 우승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동국이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바로 울산과 37라운드 맞대결이었다. 울산을 잡았다면 최종전 결과로 자력 우승도 가능했다. 하지만 1대1로 끝나면서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힘들었다.
이동국은 "37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 승점을 나눠가져 아쉬웠다. 만약 그 때 승점 3점을 가져왔다면 들어갈 때부터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갔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까지도 우승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너무 많이 들었다"면서 "선수들 사기와 집중력이 좋지 않았지만, 각자 해야 할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들어가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역대급 우승 경쟁이었다. 전북은 사령탑 교체와 김신욱의 이적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음에도 승점 79점을 땄다. 역대 우승 시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올해 당한 3패는 2013년 스플릿 시스템 도입 후 최소패 기록.
이동국은 "우리가 못했닫기보다 울산이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예전에 이 정도 승점이면 충분히 우승을 결정했을 상황인데 울산이 좋은 경기력으로 지금까지 왔다"면서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승컵을 들자는 생각으로 왔고, 운도 좋았다. 그래서 이런 기적이 우리에게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에 와서 처음으로 임대도 많이 가고, 이적도 많이 한 것 같다. 감독 스타일일 수도 있다. 정해진 선수 기용을 하면서 큰 틀에 변화를 주지 않는 상황이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우승했으니까 힘들었던 시간은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이동국의 어깨가 무거웠다. 흔히 말하는 벤치 멤버들을 다독이는 것도 베테랑이자 주장인 이동국의 몫이었다.
이동국은 "경기에 나가는 선수와 못 나가는 선수가 확연히 나왔다. 그런 부분에서 팀이 뭉치기 위해서는 못 나가는 선수들 마음까지 다독여야 한다"면서 "비뚤어지지 않게, 특히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 많아 그걸 모으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우승은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남는 시즌이다. 2009년 전북 이적 후 이어온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이 10년 연속에서 멈췄다. 올해 이동국은 9골을 넣었다.
이동국은 "골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고, 이기기 위해서는 골이 필요했다. 전반 1~2번 찬스가 왔는데 놓쳤다. 후반이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는데 강원의 빌드업이 좋아 찬스를 많이 잡지 못했다"면서 "올해 기록이 끊어져 아쉽지만, 더 값진 것을 얻었기에 만족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