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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번의 역사가 말한다, K리그 최고는 '동해안 더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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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4번의 역사가 말한다, K리그 최고는 '동해안 더비'라고

    라이벌 대결이 주는 묘미는 어떤 상황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동해안 더비'는 라이벌 대결이 줄 수 있는 재미를 확실하게 주고 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13년 12월 1일. 그리고 2019년 12월 1일. 그렇게 K리그의 '역사'는 한 번 더 풍성해졌다.

    2019년 현재 프로축구 K리그는 22개 팀이 이런저런 이유로 각기 다른 '더비'를 벌이고 있다. 때로는 필요에 의해, 때로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수많은 더비의 중심에는 '동해안 더비'가 있다.

    포항이 K리그 원년 멤버로, 울산이 이듬해인 1984년 프로축구에 뛰어들며 '동해안 더비'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난 36년간 164번의 '동해안 더비'가 열렸고, 포항이 61승 50무 53패로 역대 전적에서 조금 앞선다.

    사실 이 두 팀의 대결이 '동해안 더비'가 된 것은 울산이 1990년 연고지 정착을 하면서부터다. 당시 포항이 새로 만든 홈 경기장인 스틸야드, 그리고 울산이 처음 홈 경기장으로 사용했던 울산공설운동장(현 울산종합운동장)이 직선거리 기준으로 채 50km가 되지 않는 만큼 영남지역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은 상당했다.

    K리그의 역사와 함께하는 '동해안 더비'라는 점에서 두 팀의 앙금은 그만큼 K리그의 다른 어떤 라이벌 대결보다 깊을 수밖에 없다. 164번째 '동해안 더비'였던 하나원큐 K리그1 2019 38라운드가 열리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1위 자리를 지켜야 했던 울산과 달리 잃을 것이 없던 포항은 164번째 '동해안 더비'의 기자회견부터 더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결국 포항은 울산의 우승 도전을 저지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 경기가 역대급 '동해안 더비'가 될 것이라는 조짐은 경기를 3일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부터 감지됐다.

    2005년 이후 무려 14년간 품어왔던 K리그 우승 갈증을 반드시 풀겠다는 각오를 품은 울산은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포항은 달랐다.

    포항의 김기동 감독과 공격수 송민규는 거침없이 승리를 약속했다. 특히 송민규는 "울산에 지지 않겠다. 전북이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파격적인 발언으로 울산의 속을 제대로 긁어버렸다. '우리가 우승은 못 해도 너희의 우승은 막겠다'는 의지의 확실한 표현이었다.

    결국 포항은 약속한 대로 울산의 우승을 저지했다. 울산 원정에서 예상 밖의 4대1 대승을 거두며 울산의 우승 잔칫상을 제대로 엎었다. 그리고는 선수단과 겨울비에 흠뻑 젖은 서포터스는 노래를 부르고 환호했다.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울산 원정에서 짜릿한 대승을 거둔 포항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환호했다. 이들에게는 라이벌의 우승을 저지하는 승리만큼 달콤한 결과가 없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19년 12월 1일 포항이 보여준 경기력은 가히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올 시즌 포항이 보여준 최고의 모습이었다. '감독 1년차' 김기동 감독이, 검붉은 강철전사들이 2020시즌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당당히 드러낼 정도로 대단했다.

    반대로 울산은 우승에 도전하는 팀에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무너졌다. 과도한 긴장감이 대사를 그르쳤다. 14년 만의 K리그 우승에 9부 능선을 넘었던 울산이지만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동해안 더비'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마치 6년 전 그날처럼.

    울산은 정확하게 6년 전에도 '동해안 더비'에서 패하며 K리그 우승이 좌절된 아픔이 있다. 리그 1, 2위의 대결이었던 2013시즌 최종전에서 포항은 후반 추가시간 수비수 김원일(제주)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지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은 2013년 12월 1일에 이어 2019년 12월 1일에도 포항에 KO펀치를 얻어맞고 씁쓸한 패자가 됐다.

    울산 선수들이 아쉬움 가득한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누구도 아닌 '라이벌'에게 패하며 14년 만의 K리그 우승이 좌절된 탓이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흔히 스포츠에서 라이벌의 대결을 의미하는 더비는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K리그는 그동안 흥행을 위해 수많은 억지 더비를 만들었다. 그중 가장 으뜸이라고 평가됐던 FC서울과 수원 삼성,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도 그 열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사실 K리그에서는 '동해안 더비'만큼 자연발생적이며 뜨거운 라이벌 대결은 없다. 지난 164번의 대결이 '동해안 더비'야 말로 K리그 최고의 더비라는 것을 입증했다.

    더비는 역사가 만든다. 포항과 울산은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동반자이자 숙적으로 지난 36년간 K리그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2013년 12월 1일에 이어 2019년 12월 1일. 울산과 포항의 악연은 반복됐다. 165번째 '동해안 더비'가 될 2020년 두 팀의 첫 번째 대결이 벌써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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