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 동향. (그래프=통계청 제공)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일년전보다 0.2% 상승했다. 물가가 상승세를 나타낸 건 공식적으로는 4개월 만이어서, 바닥을 찍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0.2% 증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0.8%를 기록한 이후 줄곧 0%대를 이어왔다. 지난 8월엔 -0.038%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고, 9월엔 -0.4%까지 하락했다.
국제적 비교를 위한 통계는 소수점 한자리까지 따지기 때문에 9월의 -0.4%는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다. 10월엔 소수점 셋째자리까지 봤을 때 플러스로 전환되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플러스로 전환된 건 11월로 보면 된다.
통계청 이두원 물가동향과장은 "그동안 물가상승률을 낮추는데 크게 작용했던 농산물 가격하락세가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가을 태풍으로 채소류 가격이 상승해 농산물의 가격 하락 폭이 줄어들면서 농산물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효과가 다소 축소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무는 67.4%, 배추 56.6%, 오이 50.4% 등 김장철을 앞두고 농산물 물가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반면 감자는 -38.3%, 마늘 -23.6%, 토마토 -14.9% 등은 내렸다.
지난해 같은달 14.8% 급등했던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달엔 5.8%로 하락 폭을 줄였다. 물가를 끌어내리는데 기여한 정도는 -0.21%p로 집계됐다.
공업제품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0.2% 하락했다. 자동차용 LPG 가격이 -11.3%, 휘발유는 -4.2%, 경유 -4.1% 등이었다. 국제유가 영향으로 하락세가 계속됐지만, 유류세 인하조치로 그 폭은 다소 줄었다.
서비스 가격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0.7% 상승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0.2% 올랐다. 생선, 채소, 과일 등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한 신선식품지수는 5.3% 낮아졌다.
반면 수요여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며 소비침체 우려를 지우지 못하게 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한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는 0.6% 상승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0.5% 올랐다.
근원물가의 경우 지난 8월의 0.9% 이후 4개월째 0%대 상승률로, 1999년 12월의 0.5% 상승 이후 19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역시 199년 12월의 0.1% 상승 이후 최저치다.
이두원 과장은 앞으로의 물가 전망에 대해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적어도 마이너스만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