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극단적 선택을 한 전직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포렌식 작업에 나섰지만, '깜깜이 수사'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언론 취재를 제한하는 법무부 훈령이 시행된 여파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전직 특감반원이었던 검찰 수사관 A씨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풀 핵심 인물로 꼽혀왔다. 하지만 그는 지난 1일 검찰 수사를 앞두고 숨진 채로 발견됐고 그의 휴대전화는 의혹을 풀 핵심 단서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지난 2일 서초경찰서로부터 확보한 A씨의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절차를 진행중이다.
검찰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를 통째로 옮긴 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수순을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 휴대전화가 최신식 암호잠금 패턴으로 처리돼 있어 바로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씨는 백 전 비서관 아래서 감찰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비위 의혹에 대한 첩보수집에 관여한 의심을 받고 있다. 해당 첩보가 청와대를 통해 경찰로 제공되면서 '하명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검찰이 별건수사 등 과도한 수사를 벌여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도 지난 2일과 전날 잇따라 입장을 발표하며 하명수사를 지시한 적 없고, 고인은 김 전 시장과 관련 없는 민정수석실 업무를 수행했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법조계에선 A씨 휴대전화에 김 전 시장 측근과 관련한 첩보 문건 작성과 이첩 경위 등 전반적인 과정이 담겨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라서는 의혹을 풀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례적으로 변사자의 유류품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A씨의 사망 관련이 아닌 관련 의혹 전반을 살펴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앞서 A씨 부검에서 "특이 외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1차 소견이 나온 데다, 통상 망자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한다는 점도 검찰이 이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데 무게를 더한다.
이처럼 A씨 휴대전화를 둘러싸고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지만, 최근 법무부 훈령 개정으로 검찰 수사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각종 의혹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법무부가 훈령을 개정해 지난 1일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훈령 개정으로 기자가 검사와 검찰수사관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것은 물론, 검사실 출입도 할 수 없고. 검찰의 수사 상황 구두 브리핑 역시 금지됐다.
일부 사안에 대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공개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공개가 가능할지 혹은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가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중앙지검이 관련 사건을 넘겨받은지 9일째지만 아직 심의위가 열릴지를 두고서도 내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한 경찰은 검찰의 포렌식 과정 참여를 요청해 전날 잠금장치를 푸는 과정을 함께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의 휴대전화 포렌식 전과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을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변사사건 처리를 위해 휴대전화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경찰의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상황에 따라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A씨의 사망이 타살 등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면 경찰 참여 필요성이 없지 않느냐는 취지다.
경찰은 여전히 검찰이 핵심 단서를 자기 조직에 유리한 방향으로 분석하는 등 수사를 이끌어가려는 속내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관련 의혹이 검-경 간 갈등에서 초래된만큼 일정 부분 감시나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검찰이 이번 수사를 대중에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의혹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 청와대까지 나서는 상황에서 칸막이를 친 채로 수사를 진행한다면 그 결과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수사 과정을 낱낱이 공개해야 의혹의 재생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