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국제노동기구) 전경. (사진=김민재 기자)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다룰 전문가 패널 선정이 눈앞에 닥쳤지만, 국회의 관련 법 논의가 늦어지고 있어 무역 제재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EU(유럽연합)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EU가 소집한 전문가 패널 3인의 명단은 이르면 다음주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EU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LO의 4개 원칙을 지키지 않고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충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며, 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지난 7월 전문가 패널을 소집하도록 공식 요청했다.
애초 전문가 패널은 소집 요청 후 2개월 안에 구성해야 했지만, EU 의회 선거 등으로 인선이 늦어진데다 조사 방식 및 조사 과정 공개 여부 등을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느라 발표가 3개월 가량 늦어졌다.
일단 전문가 패널이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 90일 동안 한국과 EU 양측 의견은 물론 관련 국제 기구, 시민 사회 자문단 등의 의견 등을 청취한 후 보고서를 작성, 제출한다.
이번 전문가 패널의 조사가 시작된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루는 '노동권 후진국'이라는 국제적인 불명예를 안게 된다.
게다가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권고·조언 등의 내용에 따라서는 EU로부터 무역 제재를 포함한 보복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지난 1일 새로 출범한 EU 집행위원회가 FTA의 환경·노동규범 이행 상황을 감시하는 '통상감찰관' 제도를 신설하기로 하면서 한국을 향한 ILO 핵심협약 비준 압박은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문제는 정작 ILO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하는 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정부가 지난 10월 제출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아직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한국이 비준하지 못한 ILO 핵심 협약 4개 가운데 3개 (87호, 98호, 29호)협약에 대한 비준 의뢰안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3개 노동법 개정안도 함께 제출한 바 있다.
올해 정기국회 종료 시한은 오는 9일인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비준 논의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다.
민주노총 류미경 국제국장은 "무역과 연계된 노동기준 위반으로 EU가 최초로 제기한 분쟁에서 한국이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회가 핵심협약 비준동의안을 조건 없이 시급히 처리하는 것이 오명을 피할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