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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름'이 영화로 써온 키워드, 여성·사회·시대·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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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필름'이 영화로 써온 키워드, 여성·사회·시대·현실

    [우리는 이런 영화를 만듭니다 ②] '명필름' 심재명 대표
    1992년 명기획→1995년 제작사 명필름으로, 창립작 '코르셋'
    '접속',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생순', '마당을 나온 암탉', '아이 캔 스피크' 등 대표작 꼽기 어려울 정도
    리얼리즘 경향 속에서 시대와 삶 이야기하는 영화 만들어
    점점 시장 예측하기 힘들어 "스크린 독과점이 제일 큰 것 같다"
    심재명 대표에게 영화란 "밥이자 꿈"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명필름 아트센터에서 심재명 명필름 대표를 만났다. (사진=이한형 기자)

     

    ※ [우리는 이런 영화를 만듭니다] _ 영화는 협업이지만, 정작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마이크가 쥐어지는 사람은 소수 배우와 감독 정도다. 감독이 영화를 꾸준히 찍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듯, 제작사 역시 그동안 만든 작품으로 '어떤 영화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뜻을 관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저마다 특색 있는 작품 목록을 쌓아가고 있는 제작사를 조명해 그동안 잘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편집자 주]

    1987년, 합동영화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던 서울극장의 영화 광고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기획·제작으로 영역을 넓히다가 아예 제작사를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이름 '명필름'이다. 1995년 첫발을 뗀 명필름의 창립작은 '코르셋'(감독 정병각)이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거의 볼 수 없는 '뚱뚱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는,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제33회 대종상영화제와 제17회 청룡영화상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코르셋'으로 데뷔한 배우 이혜은은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의 주인공이 됐다.

    비범한 시작.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어떻게 보면 실험적인 시도는 계속됐다. 명필름의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작 '접속'(감독 장윤현)의 여성 주인공 캐릭터로 전도연을 발탁한 것도 영화계에서는 '도전'으로 읽혔다. 전도연은 지난 10월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토크에서 "전도연이 검증되지 않은 배우인데 이 역으로 캐스팅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이후 검증되면서 한 작품 한 작품 신중하게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심 대표는 "스타 배우를 캐스팅하는 건 되게 어렵고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워낙 제작 편수가 는 데다가 티켓 파워를 지닌 스타는 한정적이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한 편 한 편 할 때 낯선 얼굴이나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배우들을 기용해서 주목받았던 것 같다. '접속' 전도연 씨, '조용한 가족' 고호경 씨, '카트' 도경수 씨라든가… 안정적인 역할을 해 주는 배우와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배우를 매칭하는 거다. '건축학개론' 조정석 씨도 있고. 입소문이 나서 흥행하고, 인구에 회자하려면 그 영화 속에는 어떤 새로운 이슈나 인물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 요소와 배우가 있는 영화가 상업적으로 롱런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명필름 아트센터에서 심재명 '명필름' 대표를 만났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마당을 나온 암탉'(2011), '건축학개론'(2012), '카트'(2014), '아이 캔 스피크'(2017)까지 당대의 화제작을 꾸준히 만들어냈고, 영화학교 '명필름랩'과 복합문화공간 '명필름 아트센터'를 꾸려 파주 시대를 열었으며, 한국영화성평등센터의 공동 센터장을 맡는 등 다양한 활동을 멈추지 않는 심 대표에게 질문했다. '명필름'의 과거-현재-미래에 관해.

    '명필름' 사업자 등록을 한 날은 1995년 8월 7일이다. 1992년 연 홍보 마케팅사 '명기획'이 발전해 '명필름'이 되었다. '기획영화'가 활발히 만들어지던 1990년대에 그는 '세상 밖으로', '결혼 이야기', '게임의 법칙', '닥터 봉' 등의 영화에 참여했다. 기획·제작·마케팅 등을 두루 거치며 자연스럽게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전설의 노동운동 영화 '파업전야'를 만든 곳으로 잘 알려진 독립영화 창작집단 '장산곶매' 출신 이은 대표와 결혼한 이듬해인 1995년 영화 제작사를 차리게 됐다. '명기획'이라는 이름을 잇고 싶어서 이름을 '명필름'으로 했다. 현재 조직은 크게 경영지원실, 기획실로 나뉜다. 아트센터 팀과 명필름랩 팀도 있다. 전체 임직원 규모는 20명 정도다.

    '명필름'의 창립작은 뚱뚱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해 정체성을 찾는 내용의 '코르셋'이다. 이혜은은 이 작품으로 그해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탔다. (사진=명필름 제공)

     

    영화사를 만들고 나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냐는 질문에 심 대표는 "글쎄… 무슨 영화를 만든다고 구체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그런 목표를 갖기에는 경험도 짧고 생각도 짧았다"라고 답했다.

    첫 영화를 만들기까지도 꽤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시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포착해 관객들의 관심사와 취향을 공략하는 '기획영화'를 배출해 온 그가 주목한 단어는 '미시맘'이었다. 이미지로 표현하면 이렇다. 군화를 신고 한 손에 아기를 안은 굉장히 강인하고 씩씩한 엄마. 심 대표는 "회사에 다니다가 얼떨결에 전업주부가 되어서 육아에 고군분투하는 여성이, 납치 사건에 휘말린 남편을 구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주제로 '장하다 미송이'(가제)로 시나리오를 개발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원작을 사서 영화화하려던 시도도 잘 안 됐다. 그러다가 대종상영화제에 각본상이 생긴 1995년, 수상작이었던 '코르셋'이라는 시나리오를 만났다. 그 작품이 '명필름'의 창립작이 되었다. 심 대표는 "그 당시 한국영화에서 뚱뚱한 여자가 주인공인 게 없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뚱뚱한 여성이 로맨틱코미디라는 당의정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얘기가 마음에 들었다"라고 말했다.

    행운은 꽤 빨리 찾아왔다. PC통신을 소재로 한 멜로 '접속'이 흥행에 성공했다. 심 대표는 "'접속'을 보고 한국영화의 새로운 경향이 담겨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젊은 관객들이 한국영화에 매력을 느끼고 신뢰하게 됐다는 평가를 당시 많이 들었고. 소재나 주제가 새로워서 다른 영화들과 결이 달랐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땐 '조용한 가족'(감독 김지운), '해피엔드'(감독 정지우), '접속' 등 웰메이드 상업영화들, 새로움을 담고 있는 영화들을 만들었다면 2000년대 들어와서는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 같은 예술영화, 작가주의 영화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다행히 그동안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해서 '와이키키 브라더스'(감독 임순례), '버스, 정류장'(감독 이미연·정미정), '섬'(감독 김기덕), '질투는 나의 힘'(감독 박찬옥) 등 작가주의적 예술영화를 만들면서 명필름 영화의 레퍼런스가 좀 더 다양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감독 임순례), '카트'(감독 부지영),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 등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 여성주의적 영화들이 만들어졌어요. 명필름랩을 통해 이동은 감독처럼 저예산·독립영화 틀에서 작가주의적 경향이 있는 영화나, '박화영' 같은 영화를 만들면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명필름'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한 영화 '접속'과 '공동경비구역 JSA' (사진=명필름 제공)

     

    올해 명필름이 관객들에게 내놓은 영화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와 '니나 내나'(감독 이동은)다. '나의 특별한 형제'는 십여 년을 한 몸처럼 지내온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의 실화를 극화한 영화다. '니나 내나'는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삼 남매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나며 벌어지는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그린 이야기다.

    "올봄에 개봉했던 '나의 특별한 형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하고 붙었는데 손익분기점은 넘겼지만 기대한 것보다는 (관객수가) 덜 들었어요. 그런 도전적인 영화들이 상업적으로 더 성공해야 용기를 갖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배우들을 만났죠. 장애인을 그저 극복의 대상이나 시혜적 태도로 바라보거나 희화화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두 장애인을 왜곡하지 않고 영화적으로 어떻게 그릴 것인가 오랫동안 숙고했고요. '나의 특별한 형제' 역시 '명필름'스러운 영화라고 봐요. '니나 내나'도 그렇고 '환절기'(감독 이동은)도 성소수자가 주인공에 속해 있죠. 성소수자나 우리 사회 아웃사이더를 따뜻한 시선으로 품는다는 측면에서 이동은 감독의 연출자적 시선이 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전전 해에 했던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는 공동제작이지만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균형감 있게 다뤘다고 생각해요. 휴먼 코미디라는 장르영화 안에서 첨예하고 민감한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는 자부심을 느끼죠. 그때 (상업영화) 흥행작 포스터에 여성이 크게 나온 건 '아이 캔 스피크'뿐이었어요. 작년, 올해만 해도 많이 바뀌었죠. '82년생 김지영', '걸캅스', '허스토리'…"

    처음에는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구체적인 상이 없었을지 몰라도, 그동안 41편의 다종다양한 영화를 만들면서 집중하는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심 대표는 "여성, 사회, 시대, 현실 그런 거다. 리얼리즘 경향 속에서 시대나 삶을 이야기하는 건 '그때 그 사람들'(감독 임상수), '와이키키 브라더스', '공동경비구역 JSA'를 들 수 있다. 저희는 SF나 판타지 장르가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사는 시대와 현실을 외면하기보다는 파고드는 영화를 제작해 온 '명필름'은 드물게 '노동'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대형마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카트'가 대표적이다. 내년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태일이'는 '근로기준법 준수'라는 말을 남긴 채 떠난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다. 2014년 개봉한 영화 '관능의 법칙'(감독 권칠인) 업계 최초로 표준근로계약서를 쓴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보수정권에서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변화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노동 문제잖아요. 그만큼 우리 사회 안에서 참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굳이 상업영화로 만들려고 했던 건 영화는 많은 사람이 봐야지 변화의 동력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카트'도 예산이나 캐스팅 면면에서 노력했어요. 흥행은 다소 아쉬웠지만 '카트'를 만들 용기를 줬던 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성공이었어요. 국가대표 선수들이지만 (핸드볼이) 비인기 종목이고 실제 생활은 어렵고, 어떻게 보면 정말 인기 없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너무 크게 성공해서 '카트'도 이걸 상업영화 틀 안에서 잘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용기를 갖게 됐죠. 500일 넘는 파업 속에서 그 당시 유일하게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를 한 거였어요. 지도부 대부분이 복직하지 않는 조건으로 많은 사람이 복직됐죠. 당시 노동운동이나 파업에 전혀 관심 없었던 여성들이 500일 동안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는 동력이 뭘까 굉장히 궁금해졌어요. 르포집, 뉴스 등 여러 가지를 보면서 만들게 됐어요.

    '명필름'에서 탄생한 영화들. 윗줄 왼쪽부터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아랫줄 왼쪽부터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개론' (사진=명필름 제공) 확대이미지

     

    한편으로는 저희 명필름 DNA도 작용한 것 같아요. 이은 대표는 장산곶매 출신이고 이미 '파업전야'라는 영화를 만들었잖아요? 그게 공장 노동자들의 남성 중심 이야기였다면, 이건 마트 여성 노동자 중심이죠. 그런 '명필름'의 가치관이나 영화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카트'가 나왔고, '태일이'는 결혼하고 나서부터 계속 만들고 싶었던 소재였어요.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감독 박광수, 1995)이 나왔고, 실사 영화는 돈이 많이 들 것 같고, 최호철 만화가의 책이 있어서 그걸 토대로 '태일이'까지 만들게 됐죠. 사람들이 박찬욱 감독 작품을 '복수 3부작'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노동 3부작'이랄까요. (웃음)"

    무엇을 보고 이걸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 심 대표는 포스터 한 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한 이미지가 잡히면 장르영화나 상업영화로 풀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마음을 강하게 움직이는 것에 끌린다. 우리가 처음부터 개발한 건 아니었지만 '건축학개론'을 보고 나서 아련한 눈물이 났는데 이유가 뭘까 싶더라. 찬란했던 청춘의 기억을 소환했기 때문에 마음을 움직였고, 그 얘기를 잘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두고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전, 후반전, 연장전, 승부차기까지 127분간 투혼을 발휘했다. (선수들은) 져서 은메달을 땄지만 그 눈물이 억울함이 아니라 스스로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는 눈물이었다. 그걸 봤을 때 가슴이 같이 뜨거워지면서 영화로 재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무슨 영화가 됐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에 끌리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명필름랩 작품 4편을 포함해 벌써 45편의 영화를 만든 명필름. 전체적인 필모그래피에도 신경을 쓰는지 묻자, 심 대표는 "그런 걸 신경 쓰지만 메인은 아니다. 일단 만들고 싶은 영화여야 한다. 제작자니까 회사 경영 상태를 봐야 하는데,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면서 손익분기점도 맞추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올해 흥행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데 내년에는 좀 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영화를 배치하면서 제작해야겠다고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흥행 예측이 어려운 건) 시장 상황 영향도 있지만 스크린 독과점이 제일 큰 것 같아요. 기울어진 운동장 안에서 경쟁해야 하니까요. 천만 이상 드는 영화가 나쁜 영화인 건 전혀 아니지만, 그걸 좀 더 길게 상영하고 그사이에 허리급 영화들도 같이 가줘야 한다는 거예요. 그걸 바라는 거죠. '천만 영화 나빠!' '일등 영화 고사시키자' 그런 게 아니고요.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면서 흥행 책임을 지는 게 더 어려워져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심 대표가 요즘 가장 고민하는 것도 '영화의 다양성 감소'와 그로 인한 '질 하락', '명필름의 지속 가능성'이다. "한국영화가 전반적으로 질적 발전을 못 하고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하향평준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윗줄은 '명필름'의 올해 개봉작 '나의 특별한 형제', '니나 내나'. 아랫줄은 '명필름'이 만든 노동 영화 '카트'와 내년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태일이' (사진=명필름 제공) 확대이미지

     

    "좀 더 실험적이고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영화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되어서, 그 영화가 함께하는 영화인들을 긴장시키고 자극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회의적입니다. 수직계열화(영화 배급과 상영을 동시에 하는 것), 스크린 독과점 현상에서 오는 기울어진 운동장, 그런 생태계 때문에 영화 다양성이 실종되는 게 원인이라고 보고요. 그런 면에서 낙관하기보다 걱정하는 맞는 것 같고요. 그 안에서 '명필름'은 어떻게 이 어려움을 극복해 가고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영화감독이든, 영화 제작자든 천재적인 걸작 한두 편을 내는 것보다는 지속해서 꾸준하게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훨씬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명필름도 계속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요."

    서울 종로구 명륜동-혜화동, 서초구 반포동, 종로구 필운동을 거쳐 5년 전 파주 시대를 연 명필름은 영화 학교 '명필름랩'과 복합문화공간 '명필름 아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명필름랩은 올해 6기를 뽑아 내년 2월 입학식을 앞뒀다. 심 대표는 "영화를 연구하고 만들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먹이고 재우는 일이 만만치 않다"라면서도 "재능 있는 감독들을 배출해 유의미했다고 자평하고, 그걸 지속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명필름 아트센터는 영화관, 카페, 공연장, 갤러리가 한 건물에 있어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영화관을 두고는 "185석 규모인데 객석 간 거리도 충분하고 돌비 애트모스 입체 사운드, 4K 디지털 스크린 등을 보장한다. 고퀄리티의 환경에서 영화를 보고자 하는 전문가나 마니아에게 환영받는 영화관"이라며 웃었다. 이어, "영화라는 매체에 들어간 기술적 측면을 고려하고, 그걸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영화인의 마음으로 만들었다"라며 "최선을 다해서 (영화를) 만든 테크니션을 존중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영화 만든 사람들의 노력이 제대로 구현되길 바랐다"라고 부연했다.

    남편 이은 대표와 '명필름'을 같이 이끄는 심 대표는 "저희야말로 패밀리 비즈니스다. 가치관을 공유하고 굉장히 의지한다. 가족, 부부라기보다는 동지애가 있다"라며 웃었다. 파주행과 새로운 사업 확장 등은 조금 더 '공세적인' 이은 대표가 주도했다는 게 심 대표의 설명이다. 자신은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오랜 시간 같이 일하다 보니 영화 취향도 비슷해졌지만, 각자 만들고 싶어 하는 영화가 따로 있어도 지지해주는 편이란다.

    마지막 질문은 '심재명 대표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였다. 심 대표는 잠시 생각하더니 "영화는 저한테 밥이자 꿈이었다"라고 답했다. "이 영화 일을 하면서 먹고 살았으니까요. 생계를 유지하는, 밥 먹고 사는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운 좋게도 꿈꿔왔던 영화 일을 하고 있죠." (웃음)

    심재명 '명필름' 대표 (사진=이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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