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인 무기성 오니가 불법 매립된 경기도 김포의 한 농경지. (사진=시민단체 '김포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제공)
경기도와 인천에 역대 최대 규모의 폐기물 40여만t이 불법으로 매립된 가운데 배출자의 형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뉴스 : 2019년 12월2일자 노컷뉴스 불법 폐기물 42만t 복구에 천억…지자체들 고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0월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폐기물종합처리업체 대표 박모(53)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석재가공업체 대표 이모(44) 씨와 직원 등 37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씨는 2014년 11월부터 4년 7개월에 걸쳐 '무기성 오니' 40만 8천400t을 폐기물 운반업체와 매립업자를 통해 김포, 고양, 파주, 인천, 강화 등 농경지 18곳에 불법으로 매립한 혐의를 받았다.
암석을 잘게 부셔 모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기성 오니는 폐기물종합처리업체를 거쳐 소각 또는 분쇄시켜야 한다. 무기성 오니는 토양 산성화 때문에 농경지 매립이 금지돼 있다.
이 씨는 무기성 오니를 정상 처리할 경우 168억 원의 비용이 들자 불법 매립해 150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폐기물 운반업체 대표 김모(49) 씨는 이 씨에게 25t 트럭 1대당 10만 원을 받고 매립업자 정모(61) 씨에게 넘겼다. 정 씨는 1대당 5~10만 원을 받고 폐기물을 매립한 것으로 확인돼 김 씨와 함께 구속됐다.
환경부는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한 농경지들을 원상 복구하려면 1천억 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배출자는 구속영장 기각…범죄수익금 환수도 못해
폐기물인 무기성 오니가 불법 매립된 경기도 김포의 한 농경지. (사진=시민단체 '김포 환경을 살리는 사람들' 제공)
배출자에 대한 형사 처벌은 운반과 매립한 이들보다도 약한 실정이다. 배출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오히려 운반업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매립업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배출된 폐기물이 운반돼 불법으로 매립되는 과정으로 갈수록 돈을 적게 벌지만, 처벌은 오히려 반대로 강한 셈이다.
이 씨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많은 150억 원에 달하는 부당 이득을 챙겼음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기각 사유는 범죄 증거물이 모두 확보돼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범죄수익금 환수 조치도 할 수 없었다. 다른 범죄와 달리 불법 폐기물 매립은 범죄수익금을 환수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배출업자들의 행위가 더 나쁘고 돈도 150억 원이나 벌었는데도 처벌은 거꾸로 무거운데 저희들도 이해가 안 된다"며 "제일 밑에서 폐기물을 매립한 일명 노가다하는 사람들은 돈도 얼마 못 벌었는데 처벌이 가장 무겁다"고 말했다.
◇ 환경부 "배출자 처벌 적절"…교수 "강화하고 예방"지난달 개정돼 내년 5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폐기물 관리법은 형사 처벌조항들을 그대로 두는 대신, 부당 이득을 환수토록 하는 징벌적 과징금 등을 도입했다.
환경부는 형사 처벌이 현재 적절하고 오히려 강해졌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운반업자와 매립업자는 여러군데서 모으기 때문에 오히려 배출업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며 "폐기물 관리법이 오히려 너무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참 고민인데 제도가 미흡한 것이 아니다"며 "국민들이 돈보다는 환경을 보전하려는 인식이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균성 교수는 "배출자는 보통 작정하고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적발돼도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재산도 미리 다 빼돌려 놓는다"며 "배출자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또 "배출자가 폐기물을 위탁하면 제대로 처리될 때까지 현장을 확인해 끝까지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지자체들도 책임자를 정해 단속을 강화하는 등 사전에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