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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 "관객들과 '암네리스'에 같이 빠져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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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아 "관객들과 '암네리스'에 같이 빠져들고 싶어요"

    [인터뷰] 뮤지컬 '아이다' 암네리스 역 정선아
    뮤지컬 '아이다' 오리지널 공연 마지막 시즌 출연
    내년 2월 23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뮤지컬 배우 정선아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계의 비욘세'라고 불리는 정선아(35)는 굵직한 뮤지컬 무대에서 화려한 존재감을 발산해 온 매력적인 배우다.

    그는 지난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이후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 발걸음을 이어오며 뮤지컬 외길만 걸었다. 그런 정선아의 연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다. 바로 뮤지컬 '아이다'다.

    6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내 카페에서 만난 정선아는 "뮤지컬 아이다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커서 그럴 수도 있는데 대본, 무대, 음악, 소품 등 모든게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 같은 작품에 대한 애정은 그의 행동으로 드러난다. 공부와 휴식을 겸해 떠난 중국에서 '아이다'의 마지막 시즌 소식을 접한 그는 그 길로 귀국길에 오른다.

    "중국에서 8~9개월 정도 머물렀어요. 중국어를 공부하며 더 있고 싶었었는데, 아이다가 마지막 시즌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돌아왔어요. 아이다는 항상 말씀드리지만, 배우로서든, 정선아로서든 많은 걸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고 저한테 너무 고마운 작품이기에 놓칠 수가 없었어요."

    지난 2005년 초연된 뮤지컬 '아이다'는 디즈니 씨어트리컬 프로덕션이 제작하고 팝의 거장 엘튼 존과 뮤지컬 음악의 전설 팀라이스가 탄생시킨 대작 뮤지컬이다.

    한국 초연 당시 최첨단 무대 장치는 물론 화려한 의상과 소품 등 브로드웨이 공연을 완벽하게 재현해 새로운 무대예술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4번의 시즌 동안 수많은 흥행 기록을 세우며 관객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아 온 '아이다'는 현재 공연 중인 5번째 시즌을 끝으로 14년 오리지널 무대의 긴 여정을 끝낸다.

    뮤지컬 '아이다' 암네리스 역의 정선아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작품은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인 '암네리스' 공주, 그리고 그 두 여인에게 사랑받는 장군 '라다메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선아는 극 중 비련의 여주인공 '암네리스' 역을 맡았다.

    정선아는 이번 시즌을 포함해 3번의 시즌에 걸쳐 '암네리스' 공주로 분했다. 앞선 시즌에서 그는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하며 '암네리스는 정선아'라는 이미지를 관객들에 이미 각인시킨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작품 초연 당시 '아이다' 역을 욕심내고 오디션을 봤다고 한다.

    "'아이다' 초연 때 아이다 역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다들 의외라고 하시는 데, 그때는 제가 태닝도 엄청 진하게 하고 센 역할도 많이 했고, 화려하고 거칠고 보이시한 역을 많이 했던 때라 아이다를 선택했어요. 근데 당시 키스 연출이 '너는 아이다의 느낌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 시즌 하게되면 암네리스로 오디션을 보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땐 그 말을 이해를 못했어요."

    그러나 정선아는 '아이다' 공연을 보고 이 같은 마음을 바꾼다.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 이야기도 관심이 갔지만, 상처 받는 여인 '암네리스'가 더 눈에 들어왔다. 특히 1막에서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으로 등장하다가, 2막에서 상처받는 여인으로 표현되는 암네리스가 그의 마음을 더욱 자극했다. 이후 정선아는 2010년 재연때 오디션을 보고 '암네리스' 배역을 당당하게 따낸다.

    처음 '암네리스' 역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 정선아는 풍부한 성량과 개성 등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며 완숙해지는 연기력과 경험은 정선아의 마음가짐을 변화시켰고, 이는 자신의 표현력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그 결과 그는 2년 뒤 오른 두번째 무대에서 '암네리스' 역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다.

    "2010년 처음 공연 했을때와 2012년 두번째 공연, 그리고 지금 작품할 때 마음이 다 달라요. 처음에는 잘 모르고 그냥 너무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번째 공연때는 암네리스를 더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이전에 못느꼈던 것들이 느껴지면서 이러한 것들을 관객들에게 더 표현해 드리고 싶어요"

    이처럼 매 작품 노력을 거듭해 온 정선아는 데뷔 후 지금까지 17년이라는 긴 기간 다양한 무대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어느덧 정상의 자리에 섰음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자신보다 동료와 작품에 신경을 쓴다.

    정선아는 "시간이 그렇게 지난 것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아직도 항상 공연이 어렵고 대본 받았을 때 배우로서 고민을 더 해야겠구나 마음이 들 때가 많다"고 회상했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흘러 막내였던 제가 후배들도 생기고 기분이 많이 이상해요. '많이 컸다 정선아!'(웃음) 그래도 제가 뮤지컬 장르에서 오랜시간 있는 것이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고, 앞으로도 뮤지컬을 이끄는 한 사람으로서 많은 좋은 후배들과 함께 무대에서 같이 행복하게 공연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중 과거를 회상하던 정선아는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데뷔해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연기를 펼쳐야 했던 당시의 중압감과 힘들었던 시절을 견뎌낸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내 마음을 다잡은 정선아는 "앞으로도 지금 마음이 변하지 않고, 나 혼자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보다 작품이 사랑 받았으면 좋겠다"며 "작품이 잘 되려면 배우들 합이나 스태프들도 중요한데, 이제는 그런 동료를 챙길 수 있는 생각이 드는구나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분들이 뮤지컬을 좋아해주시고 저 배우 노래 정말 잘하고, 무대 예술이 종합 예술이다, 멋있다 해주시는게 너무 뿌듯하다"면서 "앞으로 뮤지컬 시장이 발전되고 커져서 저 또한 힘이 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동료 배우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특히 '아이다' 초연 때 자신에 앞서 암네리스를 연기한 선배 배우 배해선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배해선 언니가 제 공연을 보러 와주셨더라구요. 얘기를 안하고 오셔서 공연 중간에 알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선배가 제 공연 보러 왔다는 생각에 편하게 공연하다가 떨었던 기억이 나요. 공연이 끝나고 언니가 '선아야 암네리스 잘 표현했다. 최고야'라고 해주셨는데 정말 큰 힘이 됐어요."

    뮤지컬 배우 정선아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이라는 무대의 외길을 걸으며 어느덧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성장했지만, 정선아의 눈은 더욱 높은 곳을 향해있다. 배우로서 자신의 역할은 물론 관객들과 함께 무대를 꾸며나갈 그림을 그린다. 이 같은 그의 포부는 앞으로 더욱 완숙해질 배우 정선아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전에는 무슨 캐릭터를 하든지 잘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잘하는 건 당연히 잘해야 하고 그게 무대 위에서의 배우의 임무고, 내가 어떤 역할을 했을때 관객분들이 저랑 여정을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엄청 크게 들어요. 제가 암네리스 역을 할 때 '암네리스 잘한다, 저 배우 잘한다' 보다 저의 연기와 노래에 공감대를 얻어서 관객분들이 '내가 암네리스구나'하며 캐릭터에 같이 빠져드는 경지에 가고 싶어요. 그게 저의 목표이고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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