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검찰 조사를 앞두고 숨진 이른바 '백원우 특감반'의 검찰수사관 휴대전화를 두고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검찰이 보안성이 뛰어난 '아이폰'의 잠금 해제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숨진 A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이후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에 이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을 요청했지만, 암호를 해제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수사관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미국 애플사가 2017년 출시한 '아이폰X(10)'이다. 아이폰의 iOS 운영체제는 보안이 뛰어나 외부에서는 강제로 암호를 해제하기 어렵다. 지난 2015년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을 열지 못해 애플사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 당하기도 했다.
수사관의 휴대전화 잠금장치는 6자리 암호로 알려져 있다. 암호 설정에는 알파벳 대소문자와 숫자를 혼용할 수 있다. 외신 '워싱턴포스트'는 가능한 경우의 수가 약 568억개에 달하며 이를 다 시도해 보는 데 144년이 걸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폰은 비밀번호를 수차례 잘못 입력하면 다시 입력하기까지 대기시간이 길어지도록 설정돼 있다. 또 10회 이상 비밀번호를 틀리면 데이터가 모두 삭제되는 옵션이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비밀번호를 계속 입력하는 방식으로는 해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이폰의 암호를 해제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 검찰이 포렌식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는 이스라엘 IT기업 '셀레브라이트'사로부터 수억을 들여 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셀레브라이트사는 해당 장비로 과거 아이폰의 보안을 풀어낸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아이폰이 '최신' 기종이기 때문에 이 장비를 통해서도 잠금을 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 김현걸 이사장은 "셀레브라이트사의 장비로 '아이폰X' 기종의 암호를 해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아이폰은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해당 장비가 과거 아이폰을 해제한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근 나온 아이폰의 보안을 뚫는 것은 또 다른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끝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는 아이폰을 두고 검찰과 경찰은 여론전을 하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고조된 불신과 갈등이 이 사건을 계기로 불붙는 형국이다.
검찰의 기습 압수수색에 휴대전화를 빼앗긴 서울 서초경찰서는 "아이폰을 돌려달라"며 지난 4일, 6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휴대전화는 선거 개입 등 혐의와 변사자 사망 경위 규명을 위해 적법하게 압수되어 검찰이 조사 중"이라며 "변사자 부검 결과, 유서, 관련자 진술, 폐쇄회로(CC)TV 등 객관적인 자료와 정황에 비춰 타살 혐의점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영장을 거듭 기각했다.
경찰은 영장이 기각되자 유감스럽다며 반발했다. 경찰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변사사건의 사망 경위 등을 명백히 하기 위해 2차에 걸쳐 휴대전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음에도 불과 4시간 만에 검찰이 또다시 불청구해 사망 경위 규명에 차질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적·제도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사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