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 둔 9일 여의도 정가는 폭풍전야(暴風前夜)와 같은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 무소속 의원 모임 대안신당) 협의체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고 패스트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들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더라도, 11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을 순차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여야 4당과 제1야당과의 합의를 강조하는 한국당 모두 벼랑 끝에 선 형국이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는 오는 10일 끝난다.
◇ 예산안 마무리 수순…한국당 "도적떼" 반발문희상 국회의장과 4+1은 9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4+1 협의체는 사실상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했다. 삭감은 1조원 규모로 공감대가 형성됐고, 증액은 4천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4+1 협의체에 참석한 한 의원은 "지난해보다는 삭감 규모가 좀 더 큰 1조원 정도로 얘기가 됐고, 증액 부분은 계속해서 취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4+1 협의체에서 삭감.증액된 내년도 예산 수정안을 전날 당.정.청 협의회에서 최종적으로 조율했다.
김관영(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4+1 선거법 협의체 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변수는 한국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이다.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가 유연한 협상안을 제시할 경우, 4+1 협의체에서 만든 수정안이 바뀌거나 처리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예산안의 경우에는 이날 큰 변화 없이 처리될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점이 이미 한참 지났기 때문에 늦출 수는 없다"며 "한국당의 변화에 따라서 시간 정도는 조율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4+1 협의체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한 것과 관련해 "도적질 떼무리"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국회법상 규정된 교섭단체의 대표자도 아닌 정파적 이해관계로 뭉친 정치집단일 뿐"이라며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하는 떼도둑 무리"이라고 비난했다.
4+1 협의체에서 마련된 수정안을 토대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시트작업(예산명세서 작성) 등 실무작업에 들어간다면, 관련 공무원들을 직권남용과 정치관여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도 놨다.
이에 민주당 전해철 예결특위 간사는 그동안 한국당이 예산안 심사에 협조적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법적으로 11월 30일이 지나면 국회 예결특위는 예산안을 심사할 권리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사정을 보면, 국회법이나 헌법에 (4+1 협의체 수정안을 상정하는 게) 전혀 지장이 없다"며 "오후 2시 본회의에 예산안을 꼭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 선거제 협상 또 결렬…한국당 새 원내대표 변수선거제 개편안과 관련해서는 막판 협상에 진통을 겪고 있다.
8일 오후 국회에서 4+1 협의체는 다시 한 번 선거제 개편 단일안 도출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애초 4+1 협의체는 8일까지 단일안을 만들기로 했었다.
협상 결렬 이유는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에 적용할 연동률이 각 당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연동률을 높여 정당 투표율이 최대한 전체 의석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마지노선으로 연동률 50%를 강조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국당까지 협상장에 끌어들이기 위해선 비례대표 25석에만 연동률을 50% 적용하고 나머지 25석은 현행 선거제처럼 각 당의 비율로 할당하는 방안이나 50% 미만의 연동률을 거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9일 오전 다시 모여 단일안 마련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
아울러 4+1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이어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계획도 고수하고 있다.
최대 변수는 역시 한국당의 새 원내대표다.
예산안은 처리 시점이 이미 지나 큰 변화 가능성이 낮지만, 선거제 개편안은 아직 협상의 시간이 남았다.
한국당이 기존대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경우 이날 쟁점 법안은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대신 민주당 등은 11일부터 임시국회를 열고 선거법 등 쟁점 법안을 순차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반면 한국당이 필리버서터를 철회하고 선거제 개편 논의에 참여할 경우 쟁점 법안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11일 열리는 임시국회 회기를 늘리고 이 기간 동안 여야 5당이 선거제 개편 합의안을 위한 막판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 새 원내대표가 어떤 생각과 협상안을 가지고 나오느냐에 따라 선거제 개편안 협상의 향방이 다소 달라질 수도 있다"며 "선거제 개편은 어째든 '게임의 룰'인 만큼 한국당 입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