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김영철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북한의 서해 위성발사장 '시험'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자 북한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격돌을 멈출 고민이나 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당 김영철 부위원장은 9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대통령의 부적절하고도 위험성 높은 발언과 표현들이 지난 5일 우리의 경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5일 미국 대통령이 대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자극적 표현을 계속 반복하는가를 앞으로 지켜볼 것이며, 의도적으로 또다시 우리에 대한 이상한 발언과 표현들을 사용할 때에는 문제를 다르게 보겠다는 명백한 입장을 밝혔다"며 외무성 최선희 제1부상의 담화 내용을 언급했다.
최 부상은 해당 담화에서 "무력 사용과 비유 표현이 다시 등장하는가를 지켜볼 것인데, 그러한 표현들이 다시 등장하여 우리에 대한 미국의 계산된 도발이었다는 것이 재확인될 경우 우리 역시 미국에 대한 맞대응 폭언을 시작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는 2017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로켓맨' 발언에 김정은 위원장이 성명을 내 '늙다리 미치광이(mentally deranged US dotard)'라는 표현으로 맞대응한 것을 뜻한다.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는 7일과 8일 기자회견과 자기가 올린 글에서 우리가 선거에 개입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지켜볼 것이라느니, 북조선(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느니,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느니 하면서 은근히 누구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듯한 발언과 표현들을 타산 없이 쏟아냈다"고 했다.
이어 "참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이럴 때 보면 참을성을 잃은 늙은이라는 것이 확연히 알리는 대목이다"며 "트럼프가 매우 초조해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잘고 얄미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녕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아직까지 그 어떤 자극적 표현도 하지 않았다. 물론 자제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없었다"며 자신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폭언을 아직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나는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김 부위원장은 "트럼프의 이상한 목소리를 듣고 우리가 앞으로 할 일에 대해 고려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걱정 또한 하지 않을 것이다"며 "트럼프는 조선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 우리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더 이상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는다고 해도 굽힘 없는 우리의 자존과 우리의 힘,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분노만은 뺏지 못할 것이다"며 "트럼프가 우리가 어떠한 행동을 하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물론 놀랄 것이다.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이 강조하는 '연말 시한'도 언급하면서 "격돌의 초침을 멈춰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그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계산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지금처럼 웃기는 위세성, 협박성 표현들을 골라 보는 것보다는 더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고 했다.
이와 함께 "시간끌기는 명처방이 아니다. 미국이 용기가 없고 지혜가 없다면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미국의 안전위협이 계속해 커(져) 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안전위협'이란 ICBM 등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전력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