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를 철회하겠다는 여야 합의안을 의원총회에서 논의했지만 일단 보류했다.
대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여야 3당의 합의를 지켜본 뒤에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는 9일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에게 "예산안이 합의 처리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합의문을) 작성했다"면서 "예산안이 합의되면 다른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안에 대한 합의가 필리버스터 철회보다 먼저 필요하다고 결론 났느냐'는 질문에 "예산안이 잘 안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또 한국당을 제외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논의에 대해서는 "불법 단체들이 저지른 불법 행위인 만큼 당연히 새로 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합의 내용이 예산안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그러나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그동안의 예산안을 확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수정 동의안을 만들 것인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안이 4+1 체제에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 저희가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법제사법위원회 계류법안 처리 등 이 밖의 다른 합의내용 이행여부도 그다음 단계라고 미뤘다.
다만 예산안 처리를 위해 10일 오전 10시에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건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전까지 예산안 합의를 이뤄낸 뒤 오전 9시 40분 의원총회를 열어 추인을 받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여야 3당 합의안. (사진=김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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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당 원내지도부 설명과 달리 애초 여야는 예산안 합의를 필리버스터 철회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았다.
합의문 1번 조항은 예산안을 예정보다 하루 미뤄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하고 여기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참여해 논의한다는 것이다.
2번 조항은 한국당이 본회의 안건에 신청한 필리버스터를 의원총회 동의를 거쳐 철회한다는 내용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 3번 조항으로 선거법·공수처법 등 사법개혁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안에 상정하지 않기로 여야 원내지도부는 합의했다.
즉, 예산안 논의와 필리버스터 철회는 각각 이미 합의된 사안으로 다음 조항에 다다르기 위한 이행과제였을 뿐이다.
의원총회에서 합의안에 대한 반발이 대거 쏟아지자 원내지도부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의총에서는 "필리버스터 철회를 미리 공식화할 필요가 있었느냐"거나 "어차피 이번 정기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까지 처리하긴 어려울 텐데 우리가 꽃길을 깔아준 것 아니냐"는 등의 격론이 오간 것으로 복수의 참석자는 전했다.
한국당이 이런 방침을 내놓자 여당에서는 곧바로 '말 바꾸기'가 아니냐는 원성이 나온다.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예산안 합의 처리는 나머지 약속 이행의 전제조건이 아니다"라며 "신임 원내대표가 3당 원내대표 간 첫 번째 합의 사항도 지키지 않은 상황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이후 누구와 무얼 믿고 논의해야 하는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