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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미군기지 오늘 반환… 1100억 정화 비용은 누가 내나

국방/외교

    4개 미군기지 오늘 반환… 1100억 정화 비용은 누가 내나

    원주·부평·동두천 4개 미군기지 반환되고 용산기지 협의 개시
    오염 정화 비용 합의 못 이뤄… '계속 협의한다'는 조건으로 합의
    미국, 'KISE'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 우리 측은 '영향 있다'
    주한미군, 관련 내용 발표하며 오염 정화 내용은 언급 않아

    임찬우 국무조정실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주한미군 기지 반환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11일 원주, 부평, 동두천에 있는 4개의 미군기지를 반환받았다. 이와 함께 서울 용산에 있는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협의 절차도 본격적으로 개시됐다.

    다만 반환되는 기지들의 환경오염 정화 비용으로 추정되는 1100억원을 먼저 우리가 부담한 뒤, 차후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비용 부담과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이 과제로 남았다.

    국무조정실 임찬우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오후 2시 제200차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에서 한미 양측은 오염 정화 책임과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 중인 기지의 환경관리강화 방안, SOFA 관련 문서의 개정 가능에 대해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 하에 4개 기지 즉시 반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환은 이날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이번에 반환된 4개 미군기지는 원주에 있는 '캠프 롱'과 '캠프 이글', 인천 부평구의 '캠프 마켓', 동두천의 '캠프 호비 쉐아' 사격장 등 4곳이다.

    이 가운데 캠프 마켓과 롱은 이미 부지 활용 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이 돼 있고, 캠프 이글은 우리 군이 사용할 예정이다. 캠프 호비 쉐아 사격장의 경우 아직 용도가 정해지지 않았다.

    임찬우 국무조정실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원단장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주한미군 기지 반환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임 단장은 "이 기지들은 2010년과 2011년부터 SOFA 반환 절차를 진행했지만 오염 정화 기준과 책임에 대해 미국 측과 이견이 있어 반환이 지연돼 왔다"며 "지연에 따른 오염 확산 가능성과 개발 계획 차질로 지역에서 조기 반환 요청이 들어왔고, 지난 8월 30일 정부는 조기 반환 추진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측은 이번 합동위원회에서 앞으로 미 측과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으로 4개 기지의 즉시 반환에 합의했다"며 "앞으로 미 측과 협의를 계속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리 측은 이 기지들을 돌려받으면서 핵심적인 관심사이자 11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오염 정화 비용'에 대해서는 미국과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 비용은 일단 우리 정부가 부담하게 된다.

    미 측은 협의 과정에서 이 기지들에 계속 군인들이 주둔해 왔기 때문에 자국의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기준인 'KISE(Known·Imminent·Substantial·Endangerment to Human health,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임박한·실질적·급박한 위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우리 측은 환경 오염으로 인한 영향이 존재한다는 입장이어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 측에서는 SOFA 4조에 (미국) 군대가 주둔하는 시설을 반환할 때 원상회복이나 보상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조항을 근거로 해서 환경정화 의무가 없다고 하는 반면, 우리 측은 그렇다고 해서 기지의 정화 의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ISE에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는 않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없어서, 합의를 거기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미국 측과 '차후 협의해 정화 비용 부담과 책임을 결정한다'는 조건으로 합의를 이뤘다보니 일각에서는 '그동안 협의에 미온적이었던 미군이 KISE를 내세워 버티면 환경 정화 비용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원주, 부평, 동두천에 있는 4개의 미군기지를 반환받는다고 발표한 11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미군기지 캠프마켓 일대가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주한미군 또한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부로 대한민국 정부로 기지 4곳의 최종적이고 영구적인 반환이 완료됐다"며 "2015년 이래 대한민국에 반환되는 (기지의) 최대 규모다. 추가로 13개 미군기지가 비워지고, 폐쇄돼 한국 측에 반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SOFA 규정에 따라 가능한 한 신속히 대한민국 정부로 미군 기지를 반환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지만, 오염 정화와 관련된 내용은 따로 없었다.

    일단, 정부 관계자는 "향후 오염정화 책임이나 현재 사용 중에 있는 기지 환경관리강화 방안, 그리고 SOFA 관련 문서 개정까지 포함해서 추가적으로 계속 협의하겠다는 조건이 이번에는 분명히 포함돼 있어 기존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 절차 개시에도 합의했다.

    임 단장은 "주한미군사령부의 인원과 시설 대부분이 평택으로 이미 이전한 상황에서, 2005년에 발표한 용산공원 조성 계획이 과도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SOFA 반환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환경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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