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니하니 유튜브 영상 캡처)
2019년 최고의 라이징스타 '펭수'의 등장으로 쌓아올려진 EBS의 긍정적 이미지가 '보니하니'로 무너지고 있다.
지난 10일 EBS 1TV의 간판 어린이 예능프로그램인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불거진 폭행 및 성희롱 논란의 여파가 거세다.
의혹이 불거진 후 제작진의 해명과 EBS 김명중 사장 명의의 사과문에도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글까지 올라왔다.
결국 EBS는 12일 '보니하니' 프로그램 제작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또 출연자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10일 '보니하니' 유튜브 영상에서 '당당맨'으로 출연 중인 개그맨 최영수가 '하니' 역의 채연을 폭행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폭행을 한 장면이 정확하게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상 네티즌들은 전후 과정과 소리 등을 이유로 폭행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작진은 방송 다음날인 11일 보니하니 인스타그램을 통해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폭력이나 접촉이 있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이는 출연자와 현장스태프 모두 확인한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보니 심한 장난으로 이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이는 분명한 잘못으로, 좀 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같은 제작진의 해명은 상황을 해소하지 못했다. 오히려 제작진이 상황을 간과하고 '장난'으로 치부했다며 대중의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급기야 과거 영상 속 '먹니' 역의 개그맨 박동근이 채연의 목덜미를 붙잡고 있다거나, 목을 조르려 하는 장면 등은 다시 회자되며 이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특히 박동근이 채연에게 성희롱을 연상케 하는 발언과 욕설을 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대중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폭력과 성희롱도 큰 문제인데, 30대 성인이 10대 미성년자에 위협을 가하거나 성희롱 성 발언을 이어갔고, 심지어 그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교육방송'인 EBS의 유튜브 플랫폼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분노의 목소리는 컸다.
최영수와 박동근은 제작진에 폭력과 성희롱은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동근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채연 측도 소속사를 통해 "절대 때리는 장면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안이 심각해지자 EBS는 김명중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문제를 일으킨 최영수와 박동근을 즉각 출연 정지를 결정하고 징계 등 후속 조치를 엄격히 진행할 것을 약속했다.
◇ 유튜브로 뜬 EBS, 유튜브로 곤혹…"출연진 검증 시스템 마련돼야"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긍정 이미지를 쌓아올린 EBS가 유튜브를 통해 그 이미지를 깎아버린 셈이 됐다.
깜짝 등장한 유튜브 스타 '펭수'로 이미지 개선과 홍보 등 확실한 효과를 봤지만, '보니하니'로 인한 이미지 실추와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사진=EBS 홈페이지 캡처)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 제작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제작 전 과정에 걸쳐 엄중히 점검하고 개선할 방침"이라는 사과문에서 볼 수 있듯, 유튜브가 낳은 긍정 효과와 부작용은 결국 EBS의 숙제로 남았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1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펭수 같은 캐릭터는 굉장히 자극적인 말을 많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의가 있고, 자기에 대한 정체성을 가지고 기본적으로 사람을 존중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라이브 상황에서도 실수가 잘 안나오고 정해져 있는 범주 내에서 리액션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물의를 일으킨 출연진 같은 경우는 평소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가 의심이 된다"면서 "이전에는 편집된 과정을 통해 가려지고 포장이 됐다고 한다면, 유튜브라는 날 것 그대로의 라이브 방송에서 원래 성정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방송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기준이 세워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라는 다소 자유로운 플랫폼 속에서 출연자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드러난 일이라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이와관련해 '보니하니' 제작진에 대한 안일한 대처를 지적하면서 출연진에 대한 확실한 사전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보는 콘텐츠인데, 위협적인 동작이 나갔다고 하면 제작진이 이를 먼저 확인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라면서 "하지만 그런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작진이 굉장히 안일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우는 논란이 생긴 출연진이 다년간의 방송출연으로 이미 어느정도 검증이 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그런 사람들이 문제가 된 상황"이라면서 "유튜브 플랫폼 자체가 지상파와는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출연진들을 사전에 검증하고 방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방송가에서는 출연진 검증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에 출연했다가 과거 물의를 빚은 사실이 불거져 출연진이 하차를 하는 경우나 특정 범죄를 저지르고 자숙 후에 다시 방송에 복귀하는 연예인들이 빈번해 대중이 따가운 시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치권에서도 범죄 전력이 있는 연예인에 대해 방송 출연을 정지하거나 금지 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따라서 이 같은 출연진 검증 이슈는 대세가 된 유튜브 플랫폼으로도 보폭을 넓히고자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 더욱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주제다.
아울러 김 평론가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끼칠 만큼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 영향력으로 자신이 대가를 받는 만큼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방송국 역시 출연자들에 영향력을 실어주는 행위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