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체모'의 핵종분석결과. (사진=법무법인 다산이 제공한 의견서 캡처)
검찰이 진범 논란을 빚어온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을 직접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가 조작된 정황을 포착했다.
수원지검 이 사건 전담조사팀(전준철 부장검사)은 당시 경찰이 범인을 윤모(52) 씨로 지목하는데 결정적 증거가 됐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조작된 정황을 포착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신속하게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씨의 재심을 맡은 법무법인 다산과 박준영 변호사는 수사기록에서 확보한 당시 방사성동위원소 감정 결과들을 공개하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단이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음모 감정 관련 의혹'과 관련해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두 음모를 분석한 감정 결과표가 담겼다. 오른쪽은 윤 씨가 연행되기 전, 왼쪽은 윤 씨가 연행된 후에 작성된 것으로 각각 추정했다.
두 결과는 같은 현장에서 발견한 음모들을 분석했기 때문에 유사해야 하지만 여러 핵종에서 크게는 16배 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윤 씨가 검거된 후의 분석 결과는 As-76, Au-193, K-42, V-52 등 4가지 핵종이 빠져 있다.
변호인단은 의견서에서 "재심 청구인이 연행되기 전에는 16가지의 핵종을 추출해 분석했는데 재심 청구인의 유죄의 증거가 된 감정결과표에는 4개의 핵종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40% 편차 내에서 일치하는 핵종의 수를 늘리기 위한 의도로 일부 핵종의 검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감정 결과가 이렇게 차이가 큰 이유는 두 음모가 동일인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모순된 감정서가 기록에 들어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판단을 했는지도 이해가 안 된다"며 "이것이 조작이 아니면 무엇을 조작이라고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한편, 윤 씨는 지난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박 양 집에 침입해 잠자던 박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이듬해 10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심과 3심은 모두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윤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 씨는 지난 10월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는 보도를 접한 뒤 박준영 변호사 등을 선임해 지난달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