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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2019년 7월 16일) 6개월을 맞았다. 하지만 법 시행 후 중소·영세기업은 대기업·공공부문에 비해 직장 내 괴롭힘이 덜 줄었고 '갑질지수'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지난 10월 전국 19∼55세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9.2%가 '법 시행 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36.7%)은 공공기관(49.3%), 대기업(38.6%)과 비교했을 때 응답률이 낮았다.
올해 갑질지수 역시 대기업(37.5→30.6)과 공공부문(35.6→26.0)은 각각 6.9점, 9.6점 낮아졌지만, 영세·중소기업(28.4→31.4)은 오히려 3.0점 높아졌다. 갑질지수는 직장 내 다양한 괴롭힘 피해 경험을 수치화한 것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갑질이 심하다는 의미다.
설문 결과, 응답자 72.2%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알고 있다'고 했다. 법 시행 직전인 지난 6월보다 해당 법에 대한 인지도(33.4%)가 2.16배 증가했다.
이에 대해 박점규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은 CBS노컷뉴스에 "설문 결과는 바꿔 말해 응답자 중 28%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법을 인지하지 못하는 쪽은 중소·영세기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영세·중소기업의 갑질지수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취업규칙 내 괴롭힘 예방 관련 내용 삽입 여부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 미흡한 예방교육을 들었다.
해당 법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징계 등 관련 내용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박점규 운영위원은 "중소기업의 취업규칙 의무조항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광범위한 조사 그리고 규정을 어길 경우 처벌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교육을 받았는가'라는 항목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공공기관 59.7%, 대기업 46.4%, 영세사업자 10.1%로 나타났다. 박 위원은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내부에서 적극적인 요구가 있어 예방교육을 의무화한 반면 중소·영세기업은 관련 교육에 소홀해 괴롭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 시행 이후 사업주 입장에서 금전 지출이 필요한 부분은 갑질지수가 높아졌지만, 금전 지출이 불필요한 부분은 갑질지수가 낮아졌다는 점도 눈에 띈다. 돈이 안드는 분야에서는 갑질이 일부 개선된 반면 돈이 드는 분야에서는 갑질이 여전하거나 악화됐다는 뜻이다.
설문 결과 '시간외수당 미지급 또는 일부지급(45.0점), 휴게공간 미비(43.8점), 임금·고용형태 등 실제와 다른 채용정보(43.5점) 세 항목은 전체 항목 평균 갑질지수(30.5점)를 한참 웃돌았다.
반면 모욕적인 언행(29.9점), 회식문화 강요(30.3점), 폭언·협박(23.6점) 세 항목은 작년보다 갑질지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러한 차이는 현행 법에 '사업주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주장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한 경우에는 형사처벌한다'는 조항만 있다.
한정애(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25일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직장 내에서 괴롭힘 가해자는 2년 이하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