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고속도로에 인접한 과수원 주인이 주행차량의 매연과 제설제 사용 등으로 수확량에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도로공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경기 이천시 소재 과수원을 운영하는 서모씨가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도로공사가 서씨에게 226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도로공사가 서씨에 대해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도 서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에 따르면 서씨의 과수원은 약 2m 가량의 철망 펜스를 사이에 두고 영동고속도로 갓길에서 약 6~7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있었다.
앞서 서씨는 지난 2011년 "매년 일일교통량 5만대에 이르는 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겨울마다 염화칼슘용액과 소금 등을 뿌려 진행되는 제설작업으로 인해 수확량에 피해를 입었다"며 중앙환경분쟁위원회에 손해배상을 위한 재정신청을 했다. 분쟁위원회는 도로공사 측에 서씨에게 88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지만 도로공사는 이에 불복해 '맞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도로공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1·2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고속도로에 가까운 1~2번째 열의 과수원 나무가 다른 곳에 심겨진 나무와 달리 고사하거나 수확량 감소를 보인 점, 자동차 매연이 나무의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고 제설제가 식물의 수분흡수를 막은 점 등을 판결 사유로 밝혔다.
지난 2009년 도로공사의 제설제 사용이 급증한 이후 해당 과수원 피해가 두드러진 점 등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도로공사가 설치·관리하는 영동고속도로의 매연과 제설제 성분이 과수원에 도달해 과수가 고사하거나 상품 판매율이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는 통상의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이어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