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불법 체류하며 돈을 벌던 외국인 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가 사고로 사망하자 유족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불법체류자인 A씨는 경기도 김포시의 한 신축공사장에서 철근공으로 근무했다.
지난해 8월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들이 불법 취업 외국인 근로자 단속을 나오자, A씨는 이를 피해 도주했다.
식당 창문을 통해 도망치려 한 A씨는 7.5m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17일 만에 사망했다.
A씨 부인은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불법체류 근로자가 도망 중 사고를 당했다면 이를 업무와 연관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사업주가 직접 도주하라 지시했다거나 미리 도피 경로를 마련했다면 이는 '사용자의 지배·관리' 하에서 이뤄졌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지만, A씨의 사례는 이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고는 망인이 다소 이례적이고 무리한 방법으로 도주하려다가 발생한 것으로, 업무에 내재한 위험이 현실화한 사고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창문을 넘어 도주하려 한 A씨의 행동이 '출입구를 부족하게 설치한 식당의 시설 하자'로 인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