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역사적인 관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콜린 벨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일본과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3차전에서 분명한 승리 의지를 선보였다. 하지만 벨 감독은 상대가 '숙적' 일본이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기 때문에 일본을 상대로도 승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인 관계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난 그저 승리하고 싶을 뿐이다”
한국에게 일본은 가깝지만 먼 이웃이다. 과거 역사적인 특수성 때문에 특히 스포츠에서는 모든 종목의 한일전이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때문에 농담처럼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다는 각오가 한국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다.
그래서 17일 부산구덕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일본과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최종전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경기다.
현재 일본은 2019년 12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축구 랭킹 10위로 호주(7위)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중에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AFC에서 5번째인 20위다. 역대 전적도 4승10무16패로 열세다.
일본전을 앞두고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만난 콜린 벨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일본은 이와부치 마나 같은 세계적인 기량의 선수가 있는 강팀”이라며 “한국의 감독이 되기 전부터 일본이 뛰어난 지도자와 선수를 보유한 세계적인 수준의 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앞서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 그리고 벨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르는 첫 번째 국제대회, 우승이 걸린 마지막 대결의 상대가 ‘숙적’ 일본이라는 점에서 패배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벨 감독에게 역사적으로 얽히고설킨 한일 양국의 관계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간다.
벨 감독은 영국 출신이나 20대 초반부터 독일에서 거주하며 선수로, 또 지도자로 오랫동안 활약한 독특한 배경을 가졌다. 이 때문에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독일과 네덜란드 등 직접 태어나고 살았던 국가가 갖는 인접국과의 경쟁의식에 대해서도 이해가 충분하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 알고 있다는 벨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인 관계보다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의 역사적인 배경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면 좋지만 축구는 머리로 해야 한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부분은 뒤로 미뤄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국 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놀랄 만큼 빠르게 한국어를 습득하고 있는 벨 감독은 이날도 어김없이 “내일 경기 중요해요. 포기하지 마”라고 짧은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리고는 “’포기하지 마’ 이 메시지가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모든 것”이라고 영어로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