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지난 2017년 5월 10일,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국회를 찾아 야당 대표들을 일일이 만났다.
이후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이었던 당시 정세균 의장을 만나 국회에 대한 존중을 표했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당시 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오늘 아침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와 다른 정당을 다 순회하시면서 말씀을 나누시는 등 아주 '사이다 같은 행보'를 보여주셨다"며 "그런 행보 자체가 국민과 의회가 기대하는 협치"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또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첫 단추를 잘 해주셔서 국민들이 희망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러 정당의 협력이 필요한 20대 국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장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위해 국회가 두 달 동안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며 새 정부가 마주할 국정 현안에 대한 자료를 보자기에 싸서 문 대통령에게 건넸다.
문 대통령은 "숙제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고, 정 의장은 "새 정부를 위해 만든 것"이라며 함께 웃었다.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정 전 의장을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협치와 소통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민들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맞는 적임자가 정세균 후보자라고 판단했다"며 정 후보자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 정치 체계의 한계였던 양당 체제를 극복하고 다당 체제로 전환된 20대 국회 초반,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 현안이 청와대와 정부, 여야를 막론한 국회와의 '협치와 소통'이라고 뜻을 모은 두 사람이 2년 7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 서로에 대한 당부와 기대를 뒤바꾼 셈이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관계 개선이 쉽지 않았던 20대 국회와의 협치, 그리고 내년 4월 총선 이후 청와대와 국회와의 소통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총리 지명 발표 끝나고 나가시면서 '정세균 후보자가 고마운 결단을 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전직 국회의장으로서 여야를 운영해왔던 정 전 의장의 경험과 협치 능력을 높게 평가했고, 그래서 비상한 각오로 모셨다"며 "여야가 잘 협조할 수 있는 인물로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 집권 후 혁신 포용성장을 포함한 경제운용 방안과 남북관계, 한반도 비핵화 등의 외교안보 사안마다 각을 세웠던 야당을 보다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집권중반기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함께 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해 정 전 의장을 총리 후보자로 어렵사리 영입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정 총리 후보자에게 기대하는 또다른 분야는 경제다.
세계경제 둔화와 글로벌 보호무역 추세로 인한 무역량 감소, 미중 무역갈등 여파, 그리고 국내 제조업 붕괴와 인구절벽 등 상황은 녹록치 않다.
경제운용 어려움을 단번에 돌파하기 보다는 연착륙을 유도하고 'J노믹스'로 대표되는 혁신포용 성장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국회와의 협치 만큼, 실물 경제에 대한 이해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기업인 출신으로 원내대표와 당대표, 국회의장까지 두루 거친 6선의 정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에는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역임하는 등 즉각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한 인물로 꼽힌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임명동의안이 가결돼 총리로 최종 임명되면, 홍남기 부총리와 함께 일정 분야에서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도 "경제를 잘 아는 분이다.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이며 참여정부 산업부 장관으로 수출 3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며 기대를 표했다.
정 후보자도 이를 의식한 듯 총리 후보 지명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가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제가 총리라고하는 중책에 임명돼 더더욱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에게 힘이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 경제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