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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기다리며 한일중 순방…눈길 끄는 비건 '광폭행보'

통일/북한

    北 기다리며 한일중 순방…눈길 끄는 비건 '광폭행보'

    비건, 예정에 없던 중국 방문…중·러 '제재완화' 요구에 반응?
    미·중 사전 교감설도 나와…북한 도발 억제하는 부수적 효과
    北 대화 거부 단정하긴 일러…연말까지는 변수 남아있어
    부장관 승진에 장관대행 맡을 수도…한중일 순방에 무게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17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배웅을 받으며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종민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과 일본에 이어 공식 일정에 없던 중국까지 방문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7일(현지시간) "비건 대표가 중국 당국자들과 대북 국제공조 유지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19~20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보도자료에선 한국과 일본 방문 일정만 공개 됐었다.

    외교가에선 중국과 러시아가 16일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돼있던 두 나라는 북핵협상의 위기 국면을 이용해 영향력 회복에 나섰고, 미국은 비건을 급파해 대북제재 균열을 초기에 다잡으려 한다는 관측이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미 국무부가 곧바로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중·러의 제재완화 요구가) 미국과 협의 없이 기습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러의 이런 움직임은 현 한반도 상황에서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고, 이는 미국으로서도 마찬가지다.

    중·러가 사실상 북한 입장을 대변해 제재완화를 공론화 한 것은 북한의 극단적 도발을 억제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미국은 중·러가 끼어드는 것이 달가울 리 없지만 북한이 아예 통제범위 밖으로 벗어나는 것보다는 낫다.

    북한은 비건 대표의 판문점 접촉 제안을 들은 척조차 하지 않은 채 연말 'D-데이'를 향한 초읽기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제공)

     

    미국은 군사 옵션을 포함한 강경 대응을 경고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감수해야 하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거의 유일하게 '자랑'해온 외교 치적마저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러의 제재완화 요구는 미국과도 일정한 교감이 있었고 최소한 사전 통보는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 당국자는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라며 관련 당사국끼리는 사전 공유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비건의 중국행은 중·러의 '돌발' 행동 때문이라기보다는 묵묵부답인 북한 반응을 더 기다려보고 중국 측 협조도 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북미대화가 최종 결렬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에 처음 제출된 것만 해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기에 추후 상황 변화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이 덥석 회동 제안에 응한다는 것은 무리한 기대였다"며 "북한은 미국의 반응을 종합하면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연초까지 기다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명자가 18일 도쿄의 외무성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사진=교도/연합뉴스 제공)

     

    한편으로는 국무부 부장관 영전을 앞둔 비건 대표의 '광폭 행보'도 비상한 관심이다.

    비건 대표는 최근 상원 외교위 인준을 통과했고 조만간 상원 전체회의 인준도 무난히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상원의원에 출마할 경우 장관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초고속 승진인 셈이다. 이번 한·일·중 순방의 무게감도 그래서 남다르다.

    우리가 우려할 점은 북핵 문제가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다.

    다만 비건 대표는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지켜진다면 대북협상 실무를 총괄했고 유연한 접근을 표방해온 비건 대표가 미국 외교의 사령탑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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