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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립할 수 없는 '평화와 안보' 그리고 '생존'

사건/사고

    양립할 수 없는 '평화와 안보' 그리고 '생존'

    [잊혀진 섬 연평도 ④]
    '한반도 평화의 핵심' NLL과 북미관계
    영해·NLL 논란이 서해교전 야기
    북미 관계도 한반도 평화의 핵심축
    주민들 "평화와 안보보다 중요한 건 생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섬 연평도는 남북 분단의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분단 이후 포격 당한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역이면서 동시에 처음으로 남북 어선을 위한 '평화의 등대'를 재가동한 곳이다. 지난 9년 동안 '안보와 평화의 상징'이었던 연평도 주민들은 이 변화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CBS노컷뉴스는 연평도의 현주소를 집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분단 이후 멈추지 않는 연평도 포성
    ② 삶이 파탄나도 떠날 수 없는 섬
    ③ 서해5도지원특별법 시행 9년…악화된 삶
    ④ '한반도 평화의 핵심' NLL과 북미관계 (끝)

    연평도 초·중·고교에 놓여 있는 평화의 돌. (사진 제공=연평도 주민)

     

    '안보와 평화의 성지' 연평도가 지금처럼 한반도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낸 곳이 된 데는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이와 함께 연평도 인근을 지나는 보이지 않는 선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불행의 씨앗이었다.

    연평도 주민 대부분은 황해도 출신의 실향민과 그 후손들이다.

    연평도는 북서쪽으로 38선과 가깝고, 서해 NLL과도 인접하다. 실제로 연평도와 인천항 간 뱃길은 122㎞지만 북한 강령반도의 육세미까지의 거리는 13㎞에 불과하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북한 황해도 해주까지 또렷하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북한이 옹진반도와 주변 섬에 설치한 해안포 사정거리에 포함되기 때문에 유사시 매우 위험한 지역이기도 하다. 군사적 요충지인 탓에 해병대가 섬 안에 주둔하고 있다. 남북 긴장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남북간 분쟁도 여러 차례 있었다.

    ◇ 남북 갈등과 분쟁의 근원, 북방한계선(NLL)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이름 그대로 북녘 방향으로 한계를 정해놓은 통제선으로 1953년 휴전 협정 이후 미군이 우리 정부의 해상 도발과 북한 침략을 막기 위해 일방적으로 정한 게 시초다.

    남쪽의 배가 북쪽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그은 통제선으로 북쪽 선박이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만든 방어선의 개념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선은 북한군의 남하를 막기 위한 선으로 인식됐다.

    북한은 NLL이 해주항을 비롯한 황해남도 인근 바다를 봉쇄하고 있어 이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1950년대부터 종종 월선했다. 1999년에는 12해리 영해 폭을 규정한 유엔(UN)해양법을 토대로 '해상경계선'을 채택했는데 이 선은 결국 남북 군사충돌의 씨앗이 됐다.

    12해리 영해 폭을 규정한 북한의 해상경계선에 따르면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5도는 북한 영해에 들어가게 된다. 북한은 NLL이 북쪽 영해를 침범한다며 이따금 이 선을 넘어 월선하고, 남한은 북한이 영해를 침범한다며 무력으로 저지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결국 1999년 6월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1차 연평해전(서해교전)이, 2002년에 2차 연평해전이 발생했다. 2009년 11월 대청해전, 2010년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벌어진 천안함 피격사건에 이르기까지 모두 NLL이 불씨가 돼 벌어진 사건들이다.

    2010년 11월 23일에는 우리 군이 연평도 근해에서 사격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하루 전날 "귀측이 사격하려는 곳은 경계선이 획정되지 않은 곳이니 사격훈련을 중지하라. 불응하면 군사대응하겠다"고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벌컨포 사격 훈련을 감행, 나아가 자주포 사격 훈련을 감행했고 결국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우리 정부가 NLL 사수를 주장하고, 북한이 자신의 영해를 찾아야겠다고 고집하는 한 연평도를 둘러싼 갈등과 긴장은 사라질 수 없다. 분쟁의 씨앗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 남북 평화 기류 형성의 한 축, 미국

    서해 북방한계선(NLL) 및 연평도 인근 어장도 (사진 제공=서해5도 평화수역 운동본부)

     

    남북 평화 정착에 있어 미국 역시 중요한 한 축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 미국과 미국의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북한은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오랫동안 대립했다.

    미국이 제재 범위와 수단을 강화할수록 북한도 이에 따라 핵실험 강도를 높였다. 미국은 강한 제재가 북한의 비핵화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라고 여겼다.

    반면 북한은 제재를 미국의 적대정책의 상징으로 받아들여 제재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핵 무력 사용을 고민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최대한 오래 제재를 유지하려 하지만 북한은 최대한 빨리 해제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북미대화가 경색 국면을 맞은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북·미 하노이 핵담판 결렬 이후 북한은 비핵화의 선제 조건으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비핵화를 제재 해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양국의 대립이 격화되자 먼저 신호를 낸 건 북한이다. 북한은 당초 영구 폐기를 약속했던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최근 '중대한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해발사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관련된 곳이다.

    ◇ '안보와 평화를 넘어'…중요한 것은 주민의 생존

    올해 5월부터 45년 만에 재가동된 연평도 등대 (사진=주영민 기자)

     

    연평도 포격사건 발생 열흘 뒤인 2010년 12월 3일 국회 행정안전소위원회 6차 회의록을 보면 우리 정부가 NLL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이 회의에서 안양호 당시 행정안전부 제2차관은 서해5도 지원특별법 제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이주대책을 세우게 해서 연평도를 떠나 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사람들이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며 "이주대책은 영토 수호 개념과 NLL을 사수하려는 우리 국방·안보정책상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가 안보를 위해 연평도의 정주여건을 개선하자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이러한 논의를 거쳐 나왔다. 연평도가 '안보의 성지'인 이유다.

    반면 최근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45년 만에 연평도의 등대를 다시 가동했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평화수역이 됐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다. 연평도 등대는 1974년 북한 간첩의 해상 침투 우려가 있다며 소등됐다. 연평도가 '평화의 성지'인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국가 안보상 연평도를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여겼다. 평화를 강조하느냐 혹은 안보를 강조하느냐에 따라 접근방식은 달랐지만 한반도 평화에서 연평도를 빼놓고 논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연평도 주민들에게 평화와 안보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바로 '생존'이다. 주민들이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집단이주를 요구한 것도,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지로 나와 하소연한 것도 모두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허선규 서해5도 평화수역 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연평도 주민을 비롯한 서해5도 주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부로부터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는 게 중요하다"며 "이 토대 위에 정부가 서해5도를 어떻게 평화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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