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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안.. 입법부 수장의 대표발의 자체가 역사의 오점”

사회 일반

    “문희상안.. 입법부 수장의 대표발의 자체가 역사의 오점”

    배상금 아닌 위로금 받고 소송권리까지 포기하라는 법안
    반헌법적, 반역사적, 반민주주의적 법안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화해 구걸하나.. 굴종적
    국회에서 부결돼야.. 미해결된 정의는 미래세대 몫으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20~19:55)
    ■ 방송일 :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나영 중앙대 교수 (정의기억연대 이사)

    ◇ 정관용> 문희상 국회의장이 어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을 위한 일명 문희상법안을 대표발의했어요. 하지만 발의하기 전부터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내왔었는데 발의 이후에 더 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의기억연대의 이사를 맡고 계신 중앙대학교 이나영 교수 연결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나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발의안 안이 그동안 언론에서 쭉 예고된 그대로 일본 기업과 우리 한국 기업 그다음에 양국 정부도 참여하는 겁니까, 뭡니까? 어떻게 됐어요, 내용이?

    ◆ 이나영> 처음에는 일본 정부도 들어가 있었는데요. 화해치유재단 해산 비용 60억이 들어가 있었죠. 그 돈을 넣는 것으로 해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으로 돼 있었고요. 그런데 최종 발의안은 그게 빠지고 한국 정부가 재단의 운영에 대한 기금을 마련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제 한국 정부가 들어간 거죠.

    ◇ 정관용> 한국 정부와 한일 양국 기업.

    ◆ 이나영> 기업과 시민.

    ◇ 정관용> 시민. 그러니까 일본 정부는 빠졌고.

    ◆ 이나영> 그렇죠.

    ◇ 정관용> 그래서 거기서 이제 기억화해미래재단이라는 이름의 재단을 만들자 이거죠.

    ◆ 이나영> 네.

    ◇ 정관용> 그 재단에 기금을 만들어서 그 기금에서 피해자들한테 보상을 하자는 거죠?

    ◆ 이나영> 그렇죠. 그러니까 문희상안의 발의 내용에서 전제를 보면 독일의 2000년 기억책임미래재단을 본따서 우리도 그런 걸 만들어야 되겠다라고 했는데요. 전제가 잘못된 게 독일의 경우는 가해자가 가해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금을 조정해서 지급하는 구조죠. 그런데 이번 안 같은 경우는 그런 가해국이 아니고 피해국과 피해국의 시민들이 그리고 가해에 직접적 책임이 없는 일본 기업 그리고 한국 기업을 넣어서 사실상 위로금 형태로 배상이 아니라 위로금 형태로 피해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형태로 되어 있어요.

    ◇ 정관용> 그리고 그 돈을 받으면 따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는 거입니까,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건?

    ◆ 이나영> 그렇죠.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이런 재단을 만들어서 결국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적절히 요구할 수 있는 배상의 책임, 그 책임에 대한 책임 권리 자체를 소거하겠다는 내용이죠.

    ◇ 정관용> 이 보상금, 위로금 성격의 보상금을 받으면 소송을 제기할 권리도 포기하는 내용이 법안에도 들어 있다.

    ◆ 이나영> 그렇죠. 그러니까 완전한 어떤 소급법안이고 사실상 그리고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 정관용> 이 법에서 재단 만들고 거기에서 돈을 받으면 그걸로 모든 문제는 끝난다, 이거 아닙니까?

    ◆ 이나영> 그렇죠. 그러니까 가장 큰 문제가 결국은 가해자의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과 그리고 사죄와 거기에 따른 적절한 법적 배상이 있어야 되는데 그 모든 절차가 빠진 것이죠.

    ◇ 정관용> 며칠 전 칼럼 쓰신 거 봤는데 내용, 형식, 절차 모든 면에서 반헌법적, 반역사적, 반민주적이라고요.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 이나영> 일단 반헌법적이라는 것은 헌법정신 및 청구권 협정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 고증에 기반해서 이런 범죄 기업들의 불법행위나 손해배상 책임을 대한민국의 대법원이 판결을 통해서 인정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이 대법원 판결 자체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것이거든요. 그것도 한국의 입법부의 수장이 그것을 법을 만들어서 대법원 판결을 뒤집어 엎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반헌법적이라고 볼 수 있고요.

    그게 두 번째랑 연결되는데 결국은 이 문제의 핵심은 한반도에 대한 불법 강점, 식민지 지배 책임, 침략전쟁, 이런 것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행해졌던 행위 아닙니까? 이것에 대해서 손해배상 채무를 한국 정부가 나서서 오히려 피해자를 도와야 될 판에 대위변제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반역사적이면서도 또 반헌법적이기도 한 것이죠. 그러니까 우리가 강제동원이나 식민지 시기에 불법성을 얘기할 때 그 문제들의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역사적 진실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계승하는 것인데 이것에 대한 해법 자체가 전혀 없는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절차의 문제인데 사실상 이제 이 문희상안에서 보면 피해자들과 많이 만났고 의견을 들었다고 하지만 굉장히 선택적이고 일부 의견을 들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보통 이런 문제를 해결할 때 피해자 중심주의로 얘기할 때는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의를 실현하라는 것이잖아요. 그 과정에서는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사실은 그들과 오랫동안 쌓아온 관련 단체들 그리고 이들을 위해서 또 함께해 온 변호사들과 연구자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한 폭넓은 의견수렴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반민주적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역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한일 기업 기부금과 국민들의 성금으로 재단을 만들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문희상안'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 정관용> 이게 국회 통과는 되기는 할까요? 이렇게 시민들의 반대가 높은데.

    ◆ 이나영> 저희도 사실은 통과가 될까 의문을 가지고 있고 그리고 실제로 접촉한 국회의원들에서도 이게 발의만 됐지 통과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결국은 입법부의 수장이 이것을 대표발의를 했다는 것이고요. 그리고 상당수의 의원들이 많지는 않지만 동의를 했다는 것인데 결국 이게 역사에 굉장히 오점으로 남을 텐데.

    ◇ 정관용> 발의 자체가.

    ◆ 이나영> 발의 자체가 오점으로 남죠, 결국. 왜냐하면 기록으로 다 남아 있고 발의안 자체가 남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런 반역사적 행위를 왜 하는지 저희도 참 의문이에요.

    ◇ 정관용> 진짜 제가 그걸 물어보려고 했는데 의문이세요?

    ◆ 이나영> 정말 의문이 되고요. 그 지점에 대해서는 여러 변호사님들과 또는 학자들의 의견들이 있는데 물론 본인은 문희상 국회의장님은 처음에 이 문제가 결국은 한반도에 지금 한일관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고 그리고 지금 현재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고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구국의 결단을 내리다고 하셨거든요. 정말로 본인은 그게 결단이라고 생각하고 계신지 좀 의문이 들어요.

    ◇ 정관용> 알겠어요. 며칠 있으면 한일 정상회담이 있으니까 정상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려고 우리는 이렇게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 이런 걸 보여주려고 한 거 아닐까요, 혹시?

    ◆ 이나영> 일종의 제스처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그것이야말로 좀 위험한 게 결국 일본은 계속해서 대법원 판결에 따르지도 않고 있고 역사를 부정하면서 피해자들 모독해 왔잖아요. 그런데 그들에게 결국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화해를 구걸하는 형식으로 이렇게 제스처를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일본에게 굉장히 굴종적인 우리 대한민국의 어떤 현재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아주 처참하다고 볼 수 있어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건 뭐 해결될 것도 아닌데 잘못 해결하는 그런 방안을 내는 것보다는 미해결 상태로 놔두는 게 더 나은 거죠.

    ◆ 이나영> 맞습니다. 그렇죠. 왜냐하면 이 지금 일본군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강제동원 문제는 사실상 한국의 피해자와 활동가들과 그리고 변호사들이 역사적 정의와 또 현재진행형인 미래를 위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굉장히 오랫동안 노력해 왔고 이것이 가진 명분을 국제사회에서 계속 축적해 왔거든요.

    ◇ 정관용> 그건 놔두고.

    ◆ 이나영> 그것이 결국 그 지연된 정의는 그다음 세대가 받아서 이루어가도록 하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런 목소리 국회의장실에서 들을 거예요. 수고하셨습니다.

    ◆ 이나영> 감사합니다.

    ◇ 정관용> 정의기억연대 이사, 중앙대학교 이나영 교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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