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9년간 눈높이를 낮춰 취직한 대졸취업자들의 비중이 20%대 초반에서 30%대로 늘었으며, 이들은 적정 일자리에 비해 36% 낮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적정 일자리로의 재취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 등 연구팀이 'BOK 이슈노트'에 게재한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향취업자 비중은 2000년 1월 22.6%였으나 올 7월 30.5%로 30%를 넘어섰다. 또 2000~2018년 중 대졸자가 연평균 4.3% 증가한 반면, 적정 일자리는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구팀은 4년제 대졸자가 고졸 이하의 학력이 요구되는 일자리에 취직한 경우를 하향취업으로 정의했다. 경제활동인구조사·한국노동패널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리자·전문가·사무직원인 경우 적정취업, 서비스·판매직원 등 기타 직업이면 하향취업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금융위기 당시 하향취업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후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는 모습"이라며 "이러한 증가세는 고학력 일자리 증가(수요)가 대졸자 증가(공급)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하향취업률은 여성(18.9%)에 비해 남성(29.3%), 중년층(23.5%)에 비해 청년(29.5%)·장년(35.0%)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장년층의 높은 하향취업률은 은퇴 이후 새로운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하향취업자의 적정취업 전환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하향취업자 중 85.6%는 1년 후에도 하향취업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9.8%는 비경제활동인구(미취업)로 전환됐다. 4.6%만 적정취업 전환에 성공했다. 2년 후(8.0%)나 3년 후(11.1%) 적정취업 전환율도 크게 높지 않았다.
연구팀은 "하향취업이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하향취업 상태를 계속 유지할 확률이 2000~2017년 중 꾸준히 상승하면서 하향취업의 고착화가 심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하향취업에 따른 임금손실은 36% 이상으로 추산됐다. 하향취업자 임금은 150만원 주변에 집중된 반면, 적정취업자 임금은 150만~450만원 구간에 넓게 분포했다.
2004~2018년 중 평균임금을 단순 비교하는 경우 하향취업자 177만원, 적정취업자 284만원으로 하향취업자가 38% 낮았다. 연구팀이 '적정취업 유경험' 대졸 취업자로 표본을 한정하고, 성별·연령 등 개인적 특성을 통제해 임금손실을 거듭 정밀분석한 결과는 36% 격차였다.
또 하향취업시 대졸 학력에 대한 임금보상이 존재하지 않으나, 적정취업시 대졸자의 임금 프리미엄이 12% 수준인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일자리 사다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임금 격차도 큰 노동시장의 이같은 이중구조는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하도록 만드는 유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하향취업 증가는 인적자본 활용의 비효율성, 생산성 둔화 등을 초래하므로 노동공급 측면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하향취업에 따른 낙인효과를 줄이기 위해 노동시장 제도개선을 통해 직업 간 원활한 노동이동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