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에 탄이 20일 제14회 스톰·도미노피자컵 국제오픈볼링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용인=한국프로볼링협회)
무려 15년 동안 국가대표로 뛰며 세계 여자 볼링계를 접수했다. 남자 선수들까지 총출동한 프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며 20년 볼링 인생의 화룡점정을 이뤘다.
싱가포르 여자 볼링 스타 체리에 탄(31)이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메이저 프로 대회 우승까지 한국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탄은 20일 경기도 용인시 레드힐볼링라운지에서 열린 제14회 스톰·도미노피자컵 국제오픈볼링대회 결승에서 마이클 맥(홍콩)을 228 대 227로 눌렀다. 우승컵과 함께 상금 4000만 원을 거머쥐었다.
이 대회 4번째 도전 만에 첫 정상이다. 특히 탄은 지난 2017년 등 앞서 3번 출전에서 3위만 2번 했던 아쉬움을 털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거둔 우승이라 더 값졌다. 여자는 물론 남자 선수들까지 나선 대회다. 역대 이 대회 여자 선수의 우승은 3년 전 대니얼 매큐언(미국)뿐이었다. 탄은 32강전부터 세계 최고 무대인 미국 남자프로볼링(PBA)의 크리스토퍼 슬론(아일랜드), 매튜 맥닐(미국) 등을 누르고 TV 파이널에 진출했다.
4명이 겨룬 TV 파이널에서 여자 선수는 탄 1명뿐이었다. 그러나 탄은 15년 국가대표답게 탄탄한 기본기로 남자 선수들의 파워에 맞섰다. 최하위 1명씩 탈락하는 4위와 3위 결정전에서 각각 248점과 222점으로 맥에 이어 2위로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유일한 한국 선수였던 홍성우(로드필드)가 탄에 밀려 최종 3위로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결승 상대는 홍콩 국가대표 맥. 앞서 4위, 3위 결정전을 모두 1위로 통과하며 상승세를 달렸다. 그러나 탄은 꿋꿋하게 맥과 접전을 이었고, 결국 마지막에 웃었다. 10프레임에서 맥이 스플릿을 범한 반면 탄은 침착하게 스페어 처리로 우승을 확정했고, 화끈한 스트라이크로 챔피언샷을 장식했다.
체리에 탄의 결승전 경기 모습.(용인=한국프로볼링협회)
경기 후 탄은 "좋은 성적을 거둔 올해를 우승으로 마무리해 정말 기쁘다"고 웃었다. 이어 "이 대회 4번 도전해 3위만 2번 했는데 결국 정상에 올라 더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올해 탄은 미국여자프로볼링(PWBA) 투어에서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올해 PWBA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역대 챔피언들만 나선 대회라 의미가 있었다. 아시아 선수의 PWBA 투어 2승은 탄이 처음이다. 여기에 탄은 월드볼링여자마스터스 챔피언십과 동남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도 따냈다.
볼링 인생의 전성기다. 탄은 "지난해 부진했는데 올해 스윙을 바꾸고 성적이 좋아졌다"면서 "아이스크림에 체리를 얹은 것처럼 20년 볼링 인생에 찾아온 전성기의 마침표를 찍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좋은 기억을 또 만들었다. 탄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5년 만에 이번에는 프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과 인연이 깊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탄은 결혼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한국어 질문을 알아듣고 "결혼하지 않았고, 남자 친구도 없어"라는 서툰 한국어로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만큼 한국이 친숙한 탄이다.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이 볼링장에 데려가 공을 잡았다는 탄. 워낙 풍부한 경험을 쌓은 탄은 "유럽도 남녀 경기라 성(性) 대결이 힘들지 않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남은 목표가 있다면 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