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주)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의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검찰 청사 앞 취재진.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삼우씨엠)의 뇌물공여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본격 수사에 착수한지 9개월 여 경과 했음에도 공소제기 여부에 대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아 장기화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해당 수사건의 경우 혐의 당사자가 동종업계에서 국내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건설사업관리용역 업체인데다 교수, 공무원, 정부기관 종사자 등이 뇌물공여 의혹에 연루돼 있고 대검이 주요 사건으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수사결과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다.
삼우씨엠은 입찰과 관련해 교수,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수 천만 원의 상품권을 건네는 등 억대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삼우씨엠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 3월께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9~11월 두 차례에 걸쳐 수 십명의 수사요원을 투입해 이 업체의 대표이사 자택, 관계자들 주거지, 뇌물 매개 활용이 의심되는 상품권을 발매‧판매한 대기업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 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1월 27일자, [단독] 검찰, '억대로비' 수사… 이번엔 '대기업 계열사' 압수수색[관련기사] CBS노컷뉴스 9월 30일자, [단독] 검찰, 유명 건설용역업체 압수수색… '교수‧공무원 억대로비검찰은 또 그동안 삼우씨엠의 대표와 임직원 등을 수차례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대규모 수사인력을 동원, 동시다발로 여러 곳을 압수수색 하고 혐의 당사자들을 수차례 소환해 조사한 것은 그만큼 혐의가 중하고 구체적 단서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법원 역시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 정도를 인정한 것을 비롯 수사의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고 판단, 두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관측된 만큼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올해내 검찰의 수사결과 도출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삼우씨엠의 뇌물공여 등의 의혹이 불거진지 2년여가 흘렀고, 경찰수사 후 수사기관 이첩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본격 수사가 진행된지도 9개월여가 지났음에도 공소제기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다.
형사소송법(제257조 고소 등에 의한 사건의 처리)에는 '검사가 고소 또는 고발에 의해 범죄를 수사할 때에는 고소 또는 고발을 수리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 공소제기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이 규정은 '훈시규정' 으로 강제성은 없다.
이 때문에 3개월을 넘어 처분 결과가 나오는 사건들이 흔한 것이 현실이다.
'훈시규정'은 법률의 규정 가운데 오로지 법원이나 행정부에 대한 명령의 성질을 가진 규정으로 '효력규정(效力規定)'에 대비되는 말이다. 훈시규정의 위반은 부적법이 아니므로 행위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훈시규정'에 불과하더라도 장기간 수사결과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수사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법조계도 삼우씨엠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 되는 경향이 있다는 여론이다.
판사 출신의 A 변호사는 "(삼우씨엠 수사건을 보면) 그동안 압수수색 등의 절차가 상당부분 진행 됐다는 점 등을 볼 때 다소 지연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고소 수리 후 3개월이 경과하면 장기미제 사건으로 분류해 사건을 별도 관리하는 것을 감안할 때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고소)사건 처리 기간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다고 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검찰은 반박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고소 후 6개월 초과하는 사건이 100건이 넘는 지청도 있다. 중앙은 말할 것도 없다. 인력난 때문이다. 예전에는 3개월내 처분 됐으나 최근 6~7년 사이 너무 인력이 없고 사건이 폭주해 처리 기간이 길어졌다. 사건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기에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려고 하는데 여건 때문에 그런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삼우씨엠의 수사와 관련해 "훈시규정을 고려, 별도 관리하고 있다. 수사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건의) 수사가 내용이 많고 간단하지 않아 올해내로는 결론을 내기 어려울 듯 하다. 수사 중이니 결과가 나올 것이다. (어떤 혐의에 대한 수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에 대해서는) 수사 여건상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사결과 공개 시점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수사내용을 공개할지를 결정할 것" 이라며 "언제 결과가 나올지는 수사상황이라 말하기 곤란하다. (다시 말하지만)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해 삼우씨엠 임원진은 "검찰이 현재 대표 등을 수차례 부르는 등 수사를 계속해 받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사업관리용역 업체인 (주)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가 기술자문위원(평가위원) 등 관계자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뇌물을 공여 했다는 혐의와 관련, 검찰이 두차례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 중이다. 사진은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뇌물공여 일시, 금액, 수뢰자, 전달자, 사업목적 등이 명시된 관련 자료 일부. (사진=동규 기자/자료사진)
◇ 삼우씨엠, 공무원 등에게 한번에 2천400만 원 금품 전달 등 46차례 뇌물공여 혐의삼우씨엠 뇌물공여 혐의의 골자는 무엇이며 의혹은 왜 불거졌을까? 요약하자면 이렇다.
삼우씨엠은 용역 관련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발주청의 기술자문위원(평가위원) 등 관계자들에게 전방위적으로 뇌물을 공여 했다는 주장이 회사 내부 직원들로부터 제기돼 검찰이 수사를 벌여왔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3월 4일자, [단독] 건설용역업체, 교수‧공무원에 억대 로비 의혹… 검찰 수사중삼우씨엠 직원들은 지난해 1월 이 회사 대표이사 B씨 등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고소한바 있다.
고소 당사자들은 당시 고소장에서 'B씨가 정부 또는 정부투자기관 등이 실시하는 건설사업관리용역에 대한 입찰에 참여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기위해 영업팀 직원들을 동원해 기술자문위원들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평가를 마친 후 금품,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 'B씨가 부정청탁 등의 불법행위를 지속적으로 공모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B씨가 2016년 1월경 C공사에서 실시한 D빌딩의 건설사업관리용역 입찰과 관련해 영업팀 직원으로 하여금 C공사의 기술자문위원인 E교수 등에게 상품권 1천500만 원 상당을 건네게 하는 등 2017년 10월까지 1년 10개월 여 동안 모두 46차례에 걸쳐 1억7천여만 원 상당의 뇌물공여를 했다'고 적시한바 있다.
정부 또는 정부투자기관 등이 실시하는 건설사업관리용역에 대한 입찰참여시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발주청 기술자문위원들의 평가를 받게된다.
뇌물을 받은 의혹을 사고있는 수 십여명의 기술자문위원들의 직업을 보면 교수, 공무원, 정부기관 종사자 등이다. 특히 이중 교수가 가장 많은 비중(69.5%)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CBS노컷뉴스 취재팀이 입수한 해당 고소장의 첨부자료(뇌물공여 관련)에는 46차례 공여한 뇌물금액은 물론 공여일시, 수뢰자, 전달자, 사업목적 등이 실명으로 명시돼 있다.
해당 자료에는 많게는 한번에 2천400만 원 상당의 금품(상품권)이 전달된 것을 비롯 수 백만원대의 향응, 골프접대 등 다양한 형태의 뇌물공여가 교수, 공무원, 정부기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 혐의에 대한 정황이 담겨있다.
특히 46차례 뇌물공여 의혹이 제기된 24개 관련 사업들에 대해 취재진이 국토교통부의 건설사업관리능력공시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수주 현황을 확인한 결과, 9개(37.5%) 사업이 낙찰돼 계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물공여 의혹이 제기된 사업들 중 셋 중 하나 이상이 수주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이들 사업의 수주금 규모는 115억9천여 만원에 달한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삼우씨엠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직원 4명에 대해 '보호조치' 결정을 내렸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4월 이들 직원 4명으로부터 공익신고자 보호 요청을 접수,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이들은 회사의 비리 의혹에 대한 신고 이후, 사측으로부터 역량‧업적 평가에서 부당하게 낮은 등급을 받았고, 공사현장 등으로 부당하게 인사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9월 2일자, 억대 로비의혹 '폭로'하자… 'CCTV 감시' 부메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