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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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 국무부 스티븐 비건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지난 16일 회동 공개 제안에 일주일 가까이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북한은 21일 외무성 대변인 기자문답과 2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었다는 보도를 연달아 내놓으며 앞으로의 방향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오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과 이날부터 24일까지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 제출 등 상황을 더 지켜보고 이른바 '새로운 길'에 대한 결정 등 본격적인 조치에 임하겠다는 태도로 해석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1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지난 19일 미 국무부 로버트 데스트로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가 언론에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관여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을 언급하며 "유엔총회에서 반공화국(반북한) 인권결의를 강압 채택시킨 것도 모자라 미국이 직접 나서서 인권문제를 가지고 우리를 걸고 들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특히 "조미(북미)관계가 최대로 예민한 국면으로 치닫는 때에 이런 악담질을 한 것은 붙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가뜩이나 긴장한 조선반도정세를 더욱 격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며 데스트로 차관보를 향해 "쥐새끼가 짹짹거린다고 고양이가 물러서는 법은 없다. 입부리를 바로 놀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채택되고 나서 관련된 첫 반응이었지만, 외무성 대변인은 직접적인 비난보다는 데스트로 차관보의 발언에 초점을 맞췄다.
또 지난달 유엔총회 제3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당시에는 대변인 명의로 담화를 내놓은 것과 다르게,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수위를 낮췄다. 일반적으로 담화는 성명보다 낮고, 기자와의 문답은 담화보다 낮은 수위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어서 다음 날엔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열고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은 22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확대회의를 지도했다면서 이 회의에서 "국가방위사업 전반에서 결정적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중요한 문제들과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토의되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조성된 복잡한 대내외형편에 대하여 분석통보하시면서 정세변화 흐름과 우리 혁명발전의 관건적 시기의 요구에 맞게 인민군대를 비롯한 나라의 전반적 무장력을 군사정치적으로 더욱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조직정치적 대책들과 군사적 대책들을 토의결정하며 조직 문제를 취급할 것이라고 하시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와 함께 통신은 "나라의 방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부문별 과업들이 다시 한 번 강조되고 새롭게 제시되었다"며 "당의 군사전략적 기도에 맞게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하거나 확대개편하는 문제, 일부 부대들을 소속 변경시키는 문제와 부대배치를 변경시키는 중요한 군사적 문제와 대책들이 토의결정되었다"고 덧붙였다.
그 방편으로는 "무력기관의 일부 지휘성원들과 군단장들을 해임 및 조동(인사이동), 새로 임명할 데 대한 조직 문제가 취급되었다"며 김 위원장이 "최근 인민군대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우결함들과 시급히 극복해야 할 문제들에 대하여 지적하시면서 앞으로 군 건설과 군사정치 활동에서 기본으로 틀어쥐고 나갈 방향과 방도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밝혀주시였다"고 언급했다.
통신은 "우리 혁명의 전진에서 매우 관건적인 시기에 진행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는 우리 당의 혁명적 무장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고 주체혁명위업의 믿음직한 군사적 담보를 마련하는 데서 또 한번의 도약기를 열어 놓은 역사적계기로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현 정세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보도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고, 과거 사례와 달리 '적대세력'이나 '핵', '미국' 등에 대한 언급도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주요 의제는 군사정책과 군사조직, 군 인사 등으로 요약되며 국가보위와 경제건설에 대한 군대의 역할을 재확인했다"면서도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새로운 길'은 전원회의의 결정 사항으로 남겨놓은 듯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길'에 대비해 군사적인 측면에서의 개편 논의는 하고 있지만, 바로 그 '새로운 길'에 대한 결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이달 말에 열리게 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오는 1월 1일 발표하게 될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앞두고 일종의 '수위 조절'을 하는 모양새로도 읽힌다.
특히 김 위원장으로서는 미국이 대화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데다, 평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의 정상회담·회의 일정을 감안하면 이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비건 부장관의 대화 제의에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는 등 다소 완화된 분위기도 그러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다만 '자위적 국방력' 등의 언급이 있었던 것을 보면 북한은 기존부터 언급해 왔던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은 자위권 차원에서의 무기'라는 식의 노선은 포기하지 않고, 이른바 '새로운 길'에 대비한 카드 역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지난 2018년 4월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의 수정이 예상된다"며 "연말에 열릴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 노선에 집중하면서도 핵미사일 고도화를 포함한 자위적 국방력의 획기적 강화라는 새로운 병진 노선이 제기될지가 핵심 관전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