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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노력을 확인할 전문가 패널이 확정되면서 EU(유럽연합)와의 FTA(자유무역협정) 조항 위반 여부는 물론, 노동자들의 권리도 지켜낼 결론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과 EU는 한국 정부의 한-EU FTA의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13장)' 이행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전문가 패널 3명을 지난 19일 공개했다.
EU는 한국 정부가 FTA 규정을 어기고 ILO 핵심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FTA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EU는 한국을 상대로 지난해 12월 FTA 분쟁 해결절차를 개시한 데 이어 지난 7월 대응 수위를 높여 전문가 패널을 소집했다.
EU가 선정한 전문가는 로랑 브와송 드 샤주네(Laurence Boisson de Chazournes, 프랑스)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로, 국제기구법 등에 관한 전문가로 ILO에도 자문역을 맡고 있다.
또 한국이 선정한 서울대학교 이재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토마스 피난스키 변호사 약력(법무법인 바른 홈페이지 캡처/http://www.barunlaw.com/v2/people/people_view.aspx?code=AT00072)
이처럼 양국이 각자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전문가 패널을 선정한 가운데, 사실상 일종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3번째 전문가 패널이 주목된다.
제3국 의장은 양측 패널 협의 끝에 미국 출신의 토마스 피난스키(Thomas Pinansky) 변호사가 선정됐다.
피난스키 변호사는 1989년부터 한국에서 활약하며 1992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는 법무법인 '바른'에 소속돼 주한캐나다상공회의소 이사 및 주한뉴질랜드상공회의소 고문 등을 맡고 있다.
다만 피난스키 변호사의 경력에 대해 노동계 등 일각에서는 과연 충분한 노동 전문성을 갖췄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다국적 기업을 고객으로 활동하며 각종 규제 철폐 등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주력해왔기 때문에 자칫 FTA 노동규정에 제시된 정부의 의무에 대해 '편향'된 접근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계 관계자는 "피난스키 변호사의 경력을 살펴보면 한국에서 다국적 기업이 영업하기 위해 법적 의무를 최대한 덜어내는 일에 주력해온 인물"이라며 "자칫 FTA 규정에 있는 의무를 지나치게 축소 해석해 노동자의 권리를 제약할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ILO(국제노동기구) 전경(사진=김민재 기자)
무엇보다도 이번 조사는 FTA 노동조항 위반으로는 세계 최초로 실시되는 전문가 패널 조사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미국과 과테말라 간의 FTA 노동조항 분쟁에 대해 미국이 패소하는 중재판정이 내려졌지만, 일반 분쟁 정차가 아닌 노동조항에 특정한 분쟁해결절차로서 전문가 패널이 활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FTA 노동조항에 대한 정부의 의무를 폭넓게 해석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충실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충고도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 정흥준 교수는 "어렵게 전문가 패널이 소집된 만큼, 그 (논의) 안에서 노동의 권리들이 제대로 보호되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우리 나라가 이미 ILO 핵심협약 비준을 여러 차례 국제사회에 약속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그 약속이 이뤄질 수 있는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