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통합연대 창립대회에서 이재오 창립준비위원장(왼쪽)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23일 황교안 대표를 향해 “우선 자신(황 대표)이 강북 험지 출마 선언하고 난 뒤에 다른 사람들에게 험지에 나가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열린 국민통합연대 창립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황 대표)은 아무 것도 안하고 좋은 곳에 있겠다고 하면서 영남이나 충청 등 고향에서 3‧4선 했던 사람들에게 강북 험지로 올라오라고 하는 건 안 맞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당 대표급 지도자들을 향해 전략적 거점지역(여당 지역구 중 승산 있는 곳) 출마를 공개적으로 권유한 바 있다. 홍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 잠재적 대선후보들이 자신들의 고향인 영남권 출마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견제하는 차원으로 관측됐다.
홍 전 대표는 “정치를 24년 간 하면서 어떤 선거도 겁을 낸 적이 없다”며 “지금은 험지 출마로 당에 한 석을 더 보태냐, 아니면 2022년 정권 교체를 위해 역할을 할 것인가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돌아가는 걸 보니 (황 대표가) 경쟁자들을 다 쳐내고 혼자 독식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한국 정당사에 없던 일”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원인이 뭐냐. 당을 독식하려다 그렇게 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최근 황 대표가 공천 작업을 앞두고 이른바 ‘절대 당권’을 휘두르는 것을 겨냥해 “당에 없던 분들이 모여 30년 역사의 정당을 독식하려고 덤비는 건 당을 더 쪼그라들게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어리석은 생각으로 당을 운영하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서 홍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인사들이 험지 출마 방침에 따르지 않을 경우, 컷오프(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된 데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홍 전 대표는 총선기획단에서 자신을 겨냥해 컷오프가 거론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정치의 ABC도 모르는 멍청한 주장”이라며 “컷오프 대상은 첫째는 현역의원, 둘째 원외인사들은 여론조사에서 꼴찌일 때 하는 것이다. 이유 없는 컷오프는 위법”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컷오프 조치가 될 경우에 대해선 “그것까지 다 감안해서 정치를 한다”며 “만약 당에서 그런 짓을 하면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동의하겠냐”고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다.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통합연대 출범식에서 이재오 창립준비위원장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과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 국면에서 삭발‧단식 투쟁을 감행한 것을 두고 갑작스런 투쟁 이미지로의 변신이라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깎아 내렸다.
홍 전 대표는 “사장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머리에 띠를 매고 노조위원장 역할을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감동하겠냐”며 “과거 YS(김영삼)‧DJ(김대중)가 민주화 운동 당시 띠를 매고 할 때 메신저와 메시지가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당 지도부의 일부 행태를 보면서 느끼는 건 역대 지내왔던 메신저의 역사와 메시지가 다르단 것”이라며 “메신저와 메시지가 일치하지 않아 걱정스럽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보수층 인사들이 주축이 된 연합시민단체 '국민통합연대'는 창립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행사에는 홍 전 대표와 이재오 상임고문, 김효재·정해걸·전재희‧안형환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현역 의원 중에는 비박계 주호영·권성동·김성태·장제원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동대표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와 김진홍 목사, 최병국 변호사, 권영빈 전 중앙일보 사장, 이문열 작가 등 5명이 맡기로 했다. 원로자문단에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노재봉 전 국무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중앙집행위원장으로 추대된 이재오 전 의원은 “지력을 다한 여의도를 객토해서 나라의 새판을 짜는 그런 모임으로 국민통합연대가 자리 잡는 것”이라며 “금명 간 ‘보수통합의 대원칙’에 대한 통합 제안서를 각 정당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극우인사로 꼽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전광훈 목사가 축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청중의 항의를 받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전 목사는 국민통합연대 중앙집행위원 리스트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