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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배우 박지연이 전하는 '사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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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레베카', 배우 박지연이 전하는 '사랑의 힘'

    [인터뷰] 뮤지컬 '레베카' 나(I) 역 박지연
    "처음에 강렬함으로 레베카에 입덕했다면 나중에는 출구없는 매력 느낄 것"

    뮤지컬 배우 박지연 (사진=WIP 제공)

     

    뮤지컬과 연극,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박지연(31)은 무대에서 더욱 존재감이 드러나는 배우다.

    어느덧 데뷔 10년차. 뮤지컬계 '블루칩'을 넘어 완숙한 배우로 성장한 그는 어떤 작품이던지 자신이 맡은 배역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그는 지난 여름 뮤지컬 '시라노'에서는 짙은 웨이브 머리로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프랑스의 '콧대 높은' 낭만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번 겨울 '레베카'에서는 싹둑 자른 단발 머리로 순수한 마음씨를 드러내며 영국 상류층 신사의 마음을 훔쳤다.

    이는 비단 작품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는 극 중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젼록산', '젼이히' 등 애칭으로 관객의 마음까지 얻어냈다.

    더군다나 이번 작품 '레베카'에서는 강렬함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댄버스 부인과의 대립 역할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그에 못지 않은 존재감으로 자신의 서사를 꼿꼿이 지켜냈다.

    배우 박지연, 뮤지컬 '레베카' 공연 모습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박지연은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고, 내가 이 작품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하지만 작품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을 나에게 주신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박지연이 맡은 역할인 '나(I)'는 극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역이다. 화자로 극을 이끌어 가는 작품의 특성 상 극의 스토리는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난다.

    더군다나 가장 많은 대사는 물론, 댄버스 부인과의 대립되는 역할이기에 부담감도 크다. 또한 극 중 '나'가 변화하는 내면의 모습 역시 배우가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심지어 꿈 속에서 가사를 외우다가 생각이 안나서 잠에서 깬 적도 있어요. 눈 떠서 대본 보고 맞구나 하고 안심하고 자고…. 계속 대사와 노래를 쉬지 않고 생각했어요. 정말 이번 레베카는 연습하는 동안 24시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 같은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극을 통할하는 '나(I)'의 서사는 매끄러운 연기와 노래로 잘 발현됐고, 이는 작품을 관람한 관객들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배우 박지연, 뮤지컬 '레베카' 공연 모습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앞서 언급했듯, 작품 속 '나(I)'는 변화하는 서사를 갖고 있는 캐릭터다. 극 초반 순수한 모습으로 유약하기만 해 보이는 '나(I)'는 맨덜리 저택의 안주인으로 오고나서 점차 당차고 강한 내면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 같은 변화하는 캐릭터는 작품의 전반적인 서사와 궤를 같이하는 데, 이를 통해 '나(I)'는 그 누구보다 강렬한 캐릭터인 댄버스 부인과 당당하게 맞서고, 자신과는 반대로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는 남편 '막심 드 윈터'를 보듬어 용기를 준다.

    "'나(I)'의 캐릭터가 변화의 폭이 커야지 재미있고 드라마틱한 것도 있지만, 저는 사실 소극적인 여성이 조금 더 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됐다고 얘기하기 보다, '나(I)'가 갖고 있던 강인함이 자격지심과 트라우마로 짓눌려 있다가 '사랑의 힘'으로 본연의 모습을 찾아갔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지는 관객의 마음에 따라 다르겠지만, 변화하기 전의 모습과 변화 후의 모습이 완전 이질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어요.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에요."

    박지연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이 같은 '사랑의 힘'을 다시금 느끼고 얻어갔다고 전했다.

    "결국에는 사랑이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사랑이 모든 것을 이겨낸다'는 너무 진부 하잖아요? 근데 진짜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어떤 일과 고난 속에서 상처 받고 그래도 '나를 잡아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누구나 견딜 수 있는 것이구나'를 느꼈어요. 작품을 하면서도 '내가 그런 사람이었을까' 생각을 하게됐고, 진짜 사랑에 대한 것을 레베카를 통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그거 하나로 충분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는 이런 '나(I)'의 캐릭터를 '태양'이라고도 표현했다. 모든 사람을 비추고 보듬어 주는 태양 같은 존재가 '나(I)'라는 캐릭터라는 것이다. 실제로 극 중 '나(I)'는 누구에게나 손가락질 받고 소외받는 캐릭터인 '벤'마저도 품는다.

    박지연은 "'나(I)'는 혼자 굳건하게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I)'가 극을 이끌어 가는 사람인 것 같고 또 그래야만 했다"면서 "심지어 '나(I)'는 레베카 마저도 비춰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배우 박지연, 뮤지컬 '레베카' 공연 모습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이 같은 '사랑의 힘'으로 거듭난 '나(I)'는 어느덧 댄버스 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존재감으로 커진다. 가냘픈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박지연의 풍부한 성량과 섬세한 연기는 이 같은 존재감의 한 축을 담당하며 댄버스 부인 못지 않은 아우라를 드러낸다.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음성인 것 같아서 소리라는 부분에 더욱 신경을 쓰고 적극적으로 내려고 했어요. 배우가 작고 구석에 있고 조명을 받지는 않더라도 그 사람의 소리가 명확하면 그 배우가 잘 보이는 기분이 들잖아요? 그래서 소극적인 모습을 연기하더라도 음성적인 면에서 죽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단순히 크게 하는게 아니라 명확히 들려지는 부분들에 대한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러한 '사랑의 힘'과 '소리의 힘'이 모여 현재의 '젼이히'가 완성됐다. 애칭만 얻은 것이 아니다. 박지연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이 성장하며 변화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작품을 하는 동안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노력을 한 덕분에 자신 역시 더욱 능동적인 배우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번 레베카 작품을 하면서 배우 생활에 추진력을 얻은 것 같아요. 정말 정말 많이 배웠고, 진짜 진짜 잘 만난 것 같아요. 더군다나 레베카는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재미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관객분들도 처음에 강렬함으로 입덕했다면, 나중에는 출구없는 매력이 레베카 안에 있다는 것을 느낄거에요."

    뮤지컬 배우 박지연 (사진=WIP 제공)

     

    뮤지컬 '레베카'를 비롯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고스트' 등 장기공연을 지속적으로 해 온 그의 목표는 하나다.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나겠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공연을 하면 지치고,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법도 한데, 그는 되레 "쉬는 것이 더 힘들다"면서 "공연을 안하고 있으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우울하다"고 전했다.

    이어 "공연 할 때가 제일 행복하고,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공연할 때고, 나 자신을 제일 사랑할 때도 공연할 때이기 때문에, 최대한 할 수 있을 때까지 좋아하는 작품들을 꼭 1년에 두편 이상 하는 것이 목표"라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레베카 공연이 끝나고 쉬는 동안 '특별한' 여행을 떠나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그는 "레베카 끝나고 바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베를린에 가서 오래 있다가 오는게 목표"라면서 "몇년 전부터 생각한 것인데 기차는 계속 가는데 시간은 계속 안가는 지긋지긋함 이런 것을 느껴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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