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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건? 일기?' 송병기 업무수첩 무슨 내용 담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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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모킹건? 일기?' 송병기 업무수첩 무슨 내용 담겼나

    'VIP가 출마 요청', '산재모병원 공약 보류' 등 구체적 적시 의혹
    법조계 "구체적인 대상·일시 나와…입증시 명백 증거 가능"
    "단순히 지시가 내려왔단 전언만으론 입증 어려워" 의견도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 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상록 기자/자료사진)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속에 등장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 업무수첩 논란이 이어지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이목이 쏠린다.

    업무수첩은 관련 의혹을 풀 핵심 단서라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당사자인 송 부시장은 '일기'에 불과한 메모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 부시장은 지난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수첩에 대해 "업무수첩은 통상 육하원칙에 의해 상세히 기록되지만 내 수첩은 발상이나 풍문 등을 적은 일기 형식의 메모장에 불과하다"라고 해명했다.

    자신의 수첩이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의 조직적 시행을 뒷받침할 증거로서 가치가 없다는 일종의 법적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수첩에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 적시됐고 일부의 경우 실제 시행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수첩에는 청와대가 송철호 울산시장과 구체적인 공약은 물론 상대 후보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항한 전략을 논의한 것을 비롯해 여러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0월 10일 수첩에는 '산재모병원 추진을 보류하고 공공병원을 조기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산재모병원은 김 전 시장이 내세웠던 공약이다.

    이후 같은달 13일에는 '송철호 (청와대)BH 방문 결과', '공공병원 대안 수립시까지 산재모병원 추진 보류→공공병원 조기 검토' 내용이 이어진다.

    실제 6·13 지방선거 직전, 산재모병원 공약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탈락을 이유로 무산된다. 반면 내용이 비슷한 송 시장의 공약은 '산재 전문 공공병원'으로 이름을 바꿔 지난 1월 예타면제 사업으로 선정돼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내 경선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보여주는 내용도 담겼다.

    2017년 10월 수첩에는 당내 경선 후보들에 대한 이름과 함께 '경선배제 대책', 'VIP가 실장 통해 출마 요청'등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당내 경선에선 송철호가 임동호보다 불리하다', '임동호는 청와대 눈 밖에 났다'는 내용까지 쓰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달 31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 모친상 빈소에서 여권 관계자들이 송 시장과 함께 경선 전략을 논의했다는 취지의 메모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해 11월에는 'VIP, 임동호·임동욱(동생)은 용서할 수 없는 자들', '중앙당과 BH→임동호 제거, 송장관 체제로 정리'라는 노골적인 표현까지 들어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후 실제로 민주당은 당내 경선 없이 송 시장을 단독으로 공천했다. 이와 함께 10월 메모에 당시 후보였던 임 전 최고위원·심규명 변호사 이름과 함께 동서발전사장 등 공직 자리가 쓰여 있었다는 의혹도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취재진에게 "공식적인 발령 제한은 아니다"라면서도 "오사카 총영사 얘기를 꺼내자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신 고베 얘기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전 시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업무수첩 내용 일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최고위원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이름이 수첩에 40번 이상 등장했다고 주장했고, 선거 국면에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전언도 나왔다.

    송 부시장은 이 메모들이 머릿속 생각을 적었을 뿐이고 잘못된 기록도 많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2018년 3월31일 청와대 회동'이라는 제목의 메모에 대해 "실제로는 이날이 토요일이었고 지인들과 개인적으로 골프를 쳤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날 송 부시장은 송 시장, 정모 울산시 정무특보와 함께 청와대 관계자를 모여 선거 공약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수첩 내용이 개인적이라고 하더라도 증거로서 가치를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부 오류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대상과 날짜가 적힌 수첩 자체는 상당히 중요한 증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첩 내용이 실제 실현됐는지 검찰이 조사를 통해 입증한다면 충분히 혐의를 뒷받침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의 다른 변호사도 "송 부시장이 처한 상황과 작성한 내용을 고려할때 이 수첩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볼 이유가 딱히 없다"라며 "본인이 직접 업무상 편의를 위해 쓴 것이므로 의도적으로 부풀릴 이유가 없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해당 수첩에 나온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의 경우 이 수첩만으로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것"이라며 "범죄혐의가 되려면 구체적인 일시나 장소 등이 나와야 하는데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는 취지의 전언 만으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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