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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초, '얼굴 없는 천사' 성금 절도범의 범행장면

사건/사고

    30초, '얼굴 없는 천사' 성금 절도범의 범행장면

    주변 CCTV 보니, 용의자 2명 전광석화
    한 명은 훔치고 한 명은 운전하고 척척
    거의 동시간대 '발신번호 없음' 전화와
    경찰 구속영장 신청 예정, 성금 반환도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성금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의 모습. (사진=전북지방경찰청 제공)

     

    30초, 전주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이 도난당한 시간이다.

    31일 전북지방경찰청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피의자 A(34)씨와 B(35)씨는 30일 오전 10시 3분쯤 범행 장소인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에 나타났다.

    후드티셔츠 입은 A씨는 머리와 얼굴을 가린채 타고 온 흰색 무쏘에서 내린 뒤 '희망을 주는 나무' 공간으로 이동했다. A씨의 손에는 빨간색 가방이 들려 있었다.

    30초 뒤 A씨가 다시 차 조수석으로 돌아왔고 운전석에 있던 B씨와 함께 범행 현장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인근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종이상자를 가져온 뒤 현장을 떠난 지 불과 30초 만에 이뤄진 것이다.

    사라진 건 '얼굴 없는 천사'가 A4 종이상자에 넣어 둔 6016만2310원과 돼지저금통, 그리고 소년소녀가장에게 쓴 편지였다.

    거의 동시간대 '얼굴 없는 천사'는 '발신번호 없음'으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주민센터 뒤편에 기부 금품을 넣은 상자를 놓았으니 어려운 이웃과 함께해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얼굴 없는 천사'가 성금을 두고 간 노송동주민센터 주변 '희망을 주는 나라' 앞. (사진= 이균형 기자)

     


    천사를 직감한 주민센터 직원은 곧바로 달려 나갔지만 이미 A씨와 B씨가 성금을 훔쳐 달아난 뒤였다.

    4분 뒤 다시 전화를 건 천사는 "성금을 주민센터 바로 뒤편 '희망을 주는 나무' 공간에 뒀다"며 구체적인 위치를 부연했다.

    그러나 직원의 눈에는 돈이 보이지 않았고 10시 12분과 16분 천사가 다시 연락이 와 "물건을 아직 못 찾았느냐"고 물으며 재차 성금을 둔 장소를 설명했다.

    아무리 찾아도 돈을 찾을 수 없었던 직원은 오전 10시 37분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다.

    A씨 등은 무쏘 차를 타고 충남으로 향했다.

    이들의 차 번호판은 휴지로 가려져 있었고 며칠씩 주변에 머물며 사전 모의를 하던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주민이 경찰에 차량 번호를 제보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전북 경찰은 차량 번호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고속도로 순찰대, 충남 경찰과 공조 수사해 범행 4시간만인 오후 2시 30분쯤 이들을 충남 논산과 유성에서 각각 붙잡았다.
    전주완산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는 용의자 모습. (사진= 송승민 기자)

     


    경찰 조사에서 A씨 등은 '유튜브를 통해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를 보고 사업 확장을 위해 성금을 훔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A씨와 B씨에 대해 특수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회수한 기부 성금 6천여만 원을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며 피의자 검거에 결정적 제보를 한 주민에게는 검거 유공 표창을 줬다.

    한편,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 4천 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9년째 선행을 베풀어왔다. 이번 사건에서 회수된 기부 금액까지 더하면 누적 성금은 총 6억 7000여만 원에 달한다.
    지난 해까지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내 온 성금.(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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